‘DNA 중합효소’ 순수 국내기술로 세계시장 도전장
파이낸셜뉴스
2008.02.15 15:59
수정 : 2014.11.07 12:50기사원문
범죄 현장에 증거물을 수집해 분석하는 과학수사대가 도착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을 찾아낸 과학수사대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술을 활용해 머리카락에서 확보한 유전자를 수천, 수억개로 복사해 필요한 유전자정보를 알아냈다. 여기엔 세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증폭대상 DNA’와 ‘DNA 중합효소’, ‘프라어머’(Primer)다.
증폭대상 DNA는 혈흔 이나 머리카락 등을 말한다. 증폭대상이 확보됐다면 유전자 증폭을 위한 효소가 있어야 한다. DNA 중합효소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프라이머는 원하는 유전자를 끄집어내는 미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세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DNA 중합효소다.
■국내 연구진 DNA 중합효소 개발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해양속 극한환경의 미생물로부터 고정밀 DNA 중합효소를 개발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이 서태평양의 심해열수구로부터 분리한 극한미생물인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엔에이원(NA1)에서 유래한 효소가 바로 그것.
해양연구원은 먼저 NA1의 유전체 해독을 완성했다. 이후 신규 DNA 중합효소 유전자를 확보했다. 해양연구원은 이 DNA 중합효소의 유전자 증폭능력이 우수하다고 판단, 신규 야생형 DNA 중합효소 유전자를 기반으로 유전자 변이를 유발해 유전자 증폭능력과 정확성이 뛰어난 변이효소를 개발해 낸 것이다.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
DNA 중합효소의 세계시장은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국내 연구진들이 사용한 DNA 중합효소는 선진국들이 특허를 낸 균들로 만들었다. 국내 시장이 작아 선진국들이 국내 특허를 출원하지 않아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 하지만 관련 제품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할 때는 특허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해양연구원 해양바이오신소재연구사업단 이정현 박사는 “DNA 중합효소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4000억 원 정도로 매년 7∼10%가량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며 “순수 우리 기술로 세계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외국 생명공학회사들이 2세대 DNA 중합효소를 개발하고 있는 시점에 이들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유전자 분석 응용분야에 사용될 것”이라며“생명공학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덧붙였다.
■바이오 벤처와 기술이전 활발
해양연구원은 지난해 4월 DNA 합성 및 유전체 연구용 시약ㆍ장비 제조업체인 바이오니아에 이 기술을 이전했다. 바이오니아는 이 기술을 활용, 내열성이 강하고 정확도가 높은 DNA증폭용 효소제품인 ‘TLA DNA 폴리머라제’와 유전자 증폭키트인 ‘TLA PCR 프리믹스’를 선보였다.
또 같은해 12월 해양연구원은 동시다중진단용 특수 DNA 중합효소의 실용화를 위해 국내 바이오벤처 씨젠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씨젠은 한 개의 튜브에서 10종 내지 20종 이상의 병원체(DNA, RNA,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를 동시에 정확하게 검사해내는 동시다중 유전자 증폭 검사기술(Multiplex PCR Test) 개발에 성공한 기업.
하지만 씨젠은 동시다중 유전자 증폭 검사기술에 관한 원천특허(DPOTM)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유전자 증폭에 사용되는 특수 DNA 중합효소 생산기술이 없어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계약으로 씨젠은 순수한 국산 기술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낼 수 있게 됐다.
이 박사는 “분자진단에 필요한 유전자 증폭효소의 핵심 기술이 순수하게 우리 기술로 개발됨으로서 생명공학분야에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talk@fnnews.com조성진기자
■사진설명=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초고온성 고세균 써모코커스(Thermococcus onnurineus NA1)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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