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 유통구조 개선 시급
파이낸셜뉴스
2008.02.20 22:21
수정 : 2014.11.07 12:32기사원문
제지산업은 철강, 화학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소재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제지와 나머지 두 업종의 명암은 크게 엇갈린다.
반면 시장 구조상 원자재 가격을 제때 반영 못하는 제지사에게 원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이 된다.
이 같은 문제의 발생 원인은 고질적인 공급과잉과 더불어 제지산업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유통 구조의 후진성 때문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진다(?)
연간 2200t에 이르는 국내 제지 유통 시장은 거래 형태에 따라 대리점 거래(55%)와 제지사 또는 수입사를 통한 실수요자간 직거래(45%)로 나뉜다. 문제는 그 규모에 비해 관련 업체들이 지나치게 난립해 있다는 점이다. 제지업계에 따르면 제지유통업체수는 전국적으로 1000여개에 달한다.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빅 유통업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그 결과 유통업체들간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공세로 최소한의 마진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재고 보관, 물류, 수급조정 등을 통해 제지산업을 뒷받침하는 유통사 본연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유통업체간 출혈경쟁의 폐해가 고스란히 제지사들에 전가되며 제지업계를 멍들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견 제지업체인 A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제지산업의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힘의 균형이 구매력을 가진 유통사쪽으로 기울어지게 됐다”며 “그 결과 원자재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기는커녕 유통사간 출혈경쟁의 피해를 제지사가 고스란히 떠안는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간접적 수직계열화가 글로벌 추세
이에 반해 미국, 일본을 비롯한 해외 주요 제지업체들은 제지사와 제지유통사간 직간접적 형태의 수직계열화와 유통업체의 대형화를 통해 국내 제지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의 발생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미국내 최대 제지사인 ‘International Paper’사의 유통채널은 ‘Xpedex’가, ‘PaperlinX’사는 ‘Spicers’가 1대 1 방식으로 전담하고 있다. 반면 일본 제지사들은 여러 유통사에 대한 활발한 지분 참여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결정을 유도하고 있다. 제지사들은 생산을 담당하고 지분을 보유한 유통사들은 제지사들의 판매, 마케팅 등을 담당하며 적정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
대형 제지사인 B사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제지·유통업계의 사례는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유통사들이 어떻게 하면 현재의 열악한 재무적 구조에서 벗어나 상생을 모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시장에 감지되는 변화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제지유통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최대 제지사인 한솔제지가 서울지류유통의 지분 매입을 통해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라서며 경영권을 확보한 것이다. 서울 경기권을 중심으로 연간 8만∼9만t의 각종 지류를 공급하고 있는 서울지류유통은 국내 최대 제지유통사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는 형태로 무엇보다 대형제지유통사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적정 마진을 확보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 모범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말 국내 최대 유통사 중 하나인 ACTS의 부도가 유통업계에 자정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시장 혼란기를 틈 타 자본력을 갖춘 중소형 유통사들이 몸집을 불리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증권 김미연 연구원은 “국내 제지사들은 유통업체들의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이들이 담당해야 할 판매와 재고 관리까지 떠맡아야 할 형편”이라며 “국내 제지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통업체들에 대한 제지사들의 활발한 지분 참여와 업체간 M&A를 통해 유통사들의 자본력과 규모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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