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 여름 극장가 뒤엎을 쓰나미 될까
파이낸셜뉴스
2009.07.23 08:48
수정 : 2009.07.23 08:33기사원문
매년 여름 휴가철이면 100만 인파가 몰려든다는 부산 해운대. 여기에 초대형 지진해일, 즉 쓰나미가 몰아친다면 어떻게 될까. 23일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해운대’(감독 윤제균)는 이런 상상에서 이야기를 출발한다.
영화는 지난 2004년 발생해 전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인도네시아 쓰나미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 원양어선을 타고 인도네시아 해역으로 나갔던 최만식(설경구 분)은 기적적으로 살아오지만 짝사랑하는 연희(하지원 분)의 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대신 ‘해운대’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와 길항(拮抗)하는 이 지점에 사람 냄새 가득한 다양한 드라마를 끼워 넣었다.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감히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만식과 연희 커플을 비롯해 이혼한 쓰나미 연구가 김휘(박중훈 분)와 이유진(엄정화 분) 부부, 하릴없이 해운대를 배회하는 날건달 오동춘(김인권 분)과 그 어머니의 사연, 해운대로 놀러온 서울 아가씨 희미(강예원 분)와 우연히 그녀를 구해주게 되는 해양구조대원 형식(이민기 분)의 엉뚱한 애정 행각 등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이번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인 쓰나미는 영화 도입부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뒤 1시간이 넘도록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부산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거대한 파도의 출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스크린을 뒤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꿋꿋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모두 이들이 만들어낸 소소한 에피소드 덕분이다.
‘해운대’가 만들어낸 쓰나미의 위용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국내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관객을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몰아넣는 데 방해가 될 정도로 엉성한 편도 아니어서 관극(觀劇)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 순제작비로만 130억원을 쏟아부은 이번 작품에는 ‘딥 임팩트’ ‘퍼펙트 스톰’ ‘투모로우’ 같은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시각효과를 맡았던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 한스 울릭이 스태프로 참여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같은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했던 윤제균 감독은 “비록 할리우드 영화의 10분의 1도 안되는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정서를 담은 우리 식의 재난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jsm64@fnnews.com정순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