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평등의 시대에 남자란
파이낸셜뉴스
2009.12.08 18:56
수정 : 2009.12.08 18:56기사원문
■진정한 남자의 자격은
여성의 급격한 사회적 지위 상승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이미 옛말이다.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해가 다르게 여성의 사회 진출 속도는 빨라지고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여성의 지위를 논할 필요도 없이 이미 여성은 한국 사회의 주축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드라마에서 전업 가사를 하는 남성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KF-16 전투기를 조종하는 여성 파일럿은 여느 남자 조종사보다 우수한 능력을 보여준다. 직업도 더 이상 성별을 구분하는 요소가 되지 못할 정도이니 외적인 요소로 성별 간의 차이를 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게 된 것이다.
이렇게 남녀 평등이 실현되면서 이제 남성 정체성의 모호성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남성이 갖고 있던 면은 사라지고 소극적인 남성, 겁 많은 남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초등학교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을 이끌어 나가고 똑 부러지게 발표도 잘 하지만 남자아이들은 쭈뼛쭈뼛거리다 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학가에서도 당차고 똑똑한 ‘알파걸’들은 늘어만 가는데 그에 상응하는 수만큼 있어야 할 ‘알파보이’는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가 없다며 혀를 차는 교수가 많다.
한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해피 선데이-남자의 자격,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로 태어났다면 죽기 전에 한번쯤 해봐야 할 일’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끈다. 직접 여러가지 미션에 부딪히면서 진정한 남자라면 이런 일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아무리 어려운 미션이 주어지더라도 꿋꿋이 해내면서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남녀 평등의 시대에 진정한 남자의 자격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이렇게 변한 남자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맞서 싸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에서 머뭇대는 남자가 아닌, 힘들고 어렵더라도 해내는 그런 남자가 되자는 것이다. 사회의 주목받는 일이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낼 수 있다면 진정한 남자에 조금은 가까워질 수 있는 게 아닐까.
/freechen@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