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장도 일감 없어 ‘택시 알바’
파이낸셜뉴스
2011.11.03 17:55
수정 : 2011.11.03 17:55기사원문
#. 건설 관련 단체에 근무하는 K씨는 지난 10월 말 (주말) 운전을 하다 택시와 단순접촉 사고를 냈다. 서로 차를 살펴보고 명함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택시 운전기사가 내민 A건설 B소장이라는 명함을 받고 깜짝 놀랐다. B소장은 "건설업체 현장소장인데 일감이 없어 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오늘 처음 (택시를) 몰고 나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B소장은 실내건축공사 업체 소속 간부로 택시 부업을 하기 위해 최근 택시운전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다음 날 보험회사 관계자로부터 '택시 수리비 50만원과 입원 치료비 70만원 등 총 120만원으로 합의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120만원이면 사납금을 제외하더라도 하루 일당으로는 '거금'이다.
■건설현장 종사자 '일 찾아 삼만리'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건설 종사자들에게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단순 일용직은 물론 정규직까지 일감 부족으로 '반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건설관련 회사를 창업해도 공사난과 함께 저가수주 등 치열한 경쟁 여파로 다른 업종에 비해 살아남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지고 있다.
아파트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중견 건설업체에서 퇴사한 D씨는 인맥을 믿고 홍보대행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막상 회사를 차려놓고 보니 도와줄 것으로 믿었던 거래처 지인들이 난색을 표했고 일감을 따내지 못해 회사 운영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불황 여파로 종합건설업체의 부도가 늘어나는 만큼 건설 관련 전문업체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에서 퇴직한 임직원들은 전문업체를 창업하는 경우도 많고 부업으로 식당업 등 다른 분야로 뛰어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능력순위 10위권 이내 대형 건설업체가 부도 나면 인테리어 등 수십개의 건설 관련 전문업체가 창업한다"면서 "이들 대부분은 관련업무를 했던 부도 회사 임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창업전선도 갈수록 '먹구름'
실제 건설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데도 전문건설업체 수는 2007년 말 3만6422개사에서 2008년 말 3만7110개사, 2009년 말 3만7914개사, 2010년 말 3만8345개사에 이어 올해는 8월 말 현재 3만8415개사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설비건설업체도 2007년 말 5478개사였지만 2011년 8월 말 현재 6348개사로 크게 증가했다. 새로 생겨나는 전문업체가 늘고 있지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극소수이고 나머지는 다시 도산하고 임직원들은 또다시 실업자가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한 고위 임원은 "건설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도 각종 규제로 묶다 보니 이제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고 건설 종사자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푸념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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