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억압'시대 투자자들 묘책 찾기 골몰
파이낸셜뉴스
2012.03.28 11:25
수정 : 2014.11.20 11:55기사원문
전 세계 투자자들이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에서 벗어나기 위한 묘책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금융억압은 중앙은행과 정부의 정책이 말 그대로 금융시장을 억압, 왜곡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자금을 푸는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억압은 최근 유럽 은행권에서도 드러났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역내 금융권을 상대로 실시한 무제한장기대출(LTRO) 자금 가운데 수십억달러가 이미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데 사용된 것이다.
이 덕분에 ECB는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채 매입을 중단했다. LTRO를 통해 대형은행에 위험천만한 국채 매입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정부가 은행에 빌려준 유동성은 국채 매입에 쓰도록 한 규제도 은행권을 압박했다. 저금리 정책과 대규모 양적완화로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권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일례로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전체 자산 중 국채 투자 비중은 90%에 달하지만 주식 투자 비중은 6%에 불과하다.
문제는 금융억압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안드레아스 우터만은 "우리는 명백한 금융억압 시기에 있다"며 "중앙은행은 분명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 왜곡은 곧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금융억압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묘책으로 떠오른 것은 주식과 회사채 등 이른바 '위험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는 방안이다. 씨티그룹 신용애널리스트인 한스 로렌젠은 "국채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최소한이나마 실질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을 찾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선진국, 특히 유럽의 경제성장세가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 추세도 확산되고 있다. 둘 다 위험자산에는 좋은 징조가 아니다.
ABM 암로 프라이빗 뱅킹의 CIO인 디디에 듀레이는 경솔한 위험자산 투자는 위험하다면서도 아시아 회사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시아 회사채는 신용등급이 같아도 선진국 회사채보다 30~50bp(1bp=0.0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우터만은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하나는 현금이 풍부하고 배당액이 많은 회사 주식에 집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는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면 외환시장의 기초여건(펀더멘털)도 재정립돼 선진국 화폐 가치가 약세를 띨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신흥국 증시에 강세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억압 시대가 부침 속에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로렌젠은 이는 결국 지난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이나, 일본 스타일의 저성장 및 시장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askol@fnnews.com 김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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