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일본인 졸업생, 학교 발전기금 기부

파이낸셜뉴스       2013.02.26 09:19   수정 : 2013.02.26 09:19기사원문

서울시립대는 세무대학원을 졸업한 일본인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1000만원을 기부했다고 26일 밝혔다. 화제의 주인공은 하라야마 미치타카 씨(45·법무법인 율촌 일본기획팀장). 지난 2012년 2월 졸업한 하라야마 씨는 재학 중 받은 장학금을 학교에 돌려주기 위해 목표 금액을 정하고 1년 만기 정기적금에 가입한 후 매월 100만원씩을 불입하였고, 22일 만기일이 된 적금을 해약해 이 대학에 기부했다.

하라야마씨는 2011년까지 17년간 일본 국세청에서 근무한 공무원이다. 2007년 한국의 세법과 세제 등을 연구하기 위해 서울에 온 하라야마 씨는 당시 전자세금계산서, 현금영수증제도 등 일본보다 앞선 한국의 조세 전산화에 대해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대에 수학 중인 친구가 서울대 경영학과를 권했고, 학업계획서를 들고 찾아갔던 경영학과 교수는 세무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하라야마 씨에게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을 추천했다.

2010년 동 대학원에 입학한 하라야마 씨는 한국어를 곧잘 했지만 전문적 지식과 토론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학기를 보낸 하라야마 씨는 대학원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 휴직계를 냈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자 부인과 두 자녀가 있는 40대 가장에게 3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은 부담이었다.

하라야마 씨는 학교에 혹시나 장학제도가 있는지 물었고, 지도교수인 박 훈 교수(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는 나머지 학기 동안 장학금과 함께 생활 보조금도 받게 해 주었다. 하라야마 씨는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 꼭 은혜를 갚으리라 생각했다.

2012년 1월 법무법인 율촌에 취직한 하라야마 씨는 졸업과 동시에 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1년짜리 적금에 가입한 것이다.

하라야마 씨는 "한국이 일본보다 기부문화는 더 활발한 것 같다. 대통령, 기업가, 연예인 등 기부하는 사람도 아주 다양하다"며 한국 기부문화를 칭찬했다.

그는 "기부를 결정적으로 결심한 것도 어느 한국인 세무사 덕분"이라며 "2010년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마침 그 분이 졸업한 요코하마국립대에 기부한 기부증서를 보게 됐다.
나도 앞으로 돈을 벌면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한국인 세무사가 '기부는 돈이 많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다'라고 한 말을 듣고, 나도 할 수 있고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월급 일부를 저축해 기부를 실천한 하라야마 씨는 "아내도 기부에 찬성했지만 그 금액은 정확히 모른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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