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포천 산정호수

파이낸셜뉴스       2013.10.24 16:25   수정 : 2014.11.01 11:22기사원문



【 포천=송동근 레저전문기자】매년 이맘때면 많은 산행객이 찾고 싶어하는 곳이 있다. 눈처럼 뒤덮인 새하얀 억새 물결과 함께 산속 호수가 우물처럼 맑은 곳. 바로 경기도 포천의 산정호수다.

이곳 호수는 일제강점기 농업용 저수지로 만든 것이지만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호수가 워낙 아름다워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

호수 주위를 도는 3.5㎞의 산책로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고, 물안개 피어나는 이른 아침이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할 저녁 무렵의 호수는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호수 주변 산책로는 울긋불굿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이곳을 찾은 산행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번 주 '한국관광 100선'이 소개할 곳은 매년 1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고 있는 국민관광지 산정호수다.



■호수 둘레길, 사시사철 여행객 '발길'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명성산 자락에 자리해 있는 산정호수는 만수 시 면적 0.25㎢, 둘레 3.5㎞, 최고 수심은 무려 23.5m에 달한다.

산정호수는 궁예의 만년을 슬퍼하며 산새들도 따라 울었다고 해서 붙여진 북쪽의 명성산과 남쪽으로 높이 솟아있는 관음산, 서쪽 망무봉 등에서 흘러내려온 계곡수가 만나 물이 맑고 깨끗하다. 이런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산정호수 둘레길은 그 풍광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아름다워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호수변을 한 바퀴 돌아오는 약 3.5㎞의 구간은 천천히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린다. 호수의 낭만과 정취를 가까이서 고즈넉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산책길로 조성돼 있으며 호수에 비치는 산 그림자와 일렁이는 호수 물결이 일품이다.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며 호수와 주변 풍광에 빠져 걷다 보면 김일성 별장터를 비롯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촬영 세트장, 궁예 스토리길 등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나게 된다. 무엇보다 호수와 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스토리텔링으로 각색해 흥미와 역사적 깊이를 더해준다. 낙천지 폭포를 옆으로 끼고 계단을 오르다 보면 산자락에 자리한 호수변 수변데크가 나타난다. 데크에서 호수 에 떠 있는 기분으로 약 300m 구간을 더 걸으면 명성산의 우람한 책바위 등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물결에 따라 조금씩 흔들리는 스릴도 느껴볼 만하다.

수변데크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망무봉 오솔길을 따라 솔향기를 맡으며 조용히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끝에는 '신데렐라 언니'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어 둘러볼 수도 있고 호수의 제일 안쪽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식당과 허브 야생화 마을, 카페 등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호수 끝에서부터 조각공원까지의 전망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인근 적송 군락지와도 어울려 호수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이어 호수변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천년고찰 자인사를 지나고 6·25 전사자 유해 발굴지인 평화공원도 만나게 된다. 이와 함께 올해 새롭게 단장한 친환경 분수도 감상할 수 있다.

■궁예의 울음과 전설이 서린 '명성산'

명성산은 경기 포천시 영북면과 강원 철원군 갈말읍에 맞닿아 있는 수도권 제일 명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명 '울음산'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왕건에게 쫓겨 피신하던 궁예가 이 산에서 마침내 최후를 맞았다. 당시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온산도 따라 울었다는 설과 주인을 잃은 신하와 말들이 산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 해서 '울음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의 명성산(鳴聲山)은 울음산을 한자로 표기한 것.

당시 명성산으로 도망친 궁예는 이틀 밤을 산속에서 숨어지내다 배가 고파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자 마을로 내려와 보리이삭을 잘라 먹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농부에게 신분이 드러나 왕건에게 붙잡혀 최후를 맞게 됐다. 이때가 서기 918년 봄으로 궁예는 그가 세운 왕국과 함께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전설과 함께 명성산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산자락에 보기 드물게 호수를 끼고 있다는 것과 산속 억새가 눈처럼 장관을 이뤄 산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주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경사가 급해 산행이 조금 어렵지만 커다란 바위들이 많아 웅장한 경관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반면 동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흙도 많아 대체로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연인·가족 단위 등산객들에게 인기다.

명성산은 전국 5대 억새 군락지로 꼽힐 만큼 무성한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가을 한창 땐 산 정상 벌판이 온통 억새로 뒤덮여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은 장관을 이룬다.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지나 완만한 경사길로 산 정상에 오르면 누구나 눈앞에 펼쳐진 억새의 향연에 빠져들고 만다. 억새 군락지 면적은 0.17㎢이며 최근 3년간 축제기간에 평균 2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곳의 주요 명소로는 명성산 팔각정을 비롯해 1년 후에 받는 우체통, 억새 군락지, 등룡폭포, 비선폭포 등을 꼽을 수 있다.

dkso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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