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약가 연동제 개편안.. “신약개발 의지 꺾었다” 분통
"지속적인 약가 인하는 제약업계의 신약개발의지를 꺾는 것이다."
복지부는 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현형 기준인 사용량 증가가 60% 이상인 품목 외에 사용량이 10% 이상 증가하고 매출이 50억원 이상 증가한 경우에도 약가를 인하하는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부터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안이 시행됨에 따라 실제 약가인하는 2015년부터 적용된다.
이처럼 소위 잘 팔리는 약의 가격 인하 추진에 제약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성장가능성이 큰 유망 신약의 주요 성장기에 약가를 인하시키는 것은 유망 신약의 시장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면서 "이는 제약사의 신약개발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제약산업의 성장동력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가율 10% & 매출액 50억 증가 시 약가 인하
지난 2006년 도입된 사용량-약가연동제는 보험 의약품이 예상보다 많이 판매돼 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경우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을 통해 약가를 최대 10%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증가율 기준 적용 시 소형 품목 위주로 관리돼 재정 절감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부터 개편작업을 진행해 왔다.
개편안에 따르면 사용량 증가율뿐 아니라 청구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면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청구금액이 200억원에서 280억원으로 증가할 경우 증가율이 40%로 인하기준인 60%에 미달해 약가인하 대상이 아니었지만 개편안에서는 증가율이 10% 이상이고 청구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해 약가인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결국 제약사 입장에서는 주력품목의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약가인하를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개편안에 따라 가격인하율 2~3%로 298억원의 재정절감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맹호영 과장은 "사용량 약가연동제 개편안은 내년 시행되는 만큼 2015년부터 약가 인하가 적용된다"면서 "제약사 우려대로 크게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3년간 최대 1600억원 매출 손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가 최근 3년간(2010~2012년) 의약품조사기관(IMS) 자료를 기반으로 개편안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개편안이 실시되면 3년 경과 시점에서 협상대상 품목수는 2배, 최대 22.7%까지 가격이 인하되는 품목도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년 누적매출 손실은 약 1600억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사용량 연동 협상으로의 누적 매출 손실금액 약 700억원보다 약 900억원 많은 수치다.
KRPIA가 국산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보령제약)가 올해 80% 성장하고 이후 매년 40% 이하(2014년 40%, 2015년 30%, 2016~2018년 20%, 2019년 10%)를 가정해 약가인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현재 한정당 670원인 약가가 2014년 640원으로 내려가고 2019년에는 548원까지 인하된다. 5년간 약가가 약 18% 인하되는 것이다. 당뇨약 '트라젠타'(베링거인겔하임)도 마찬가지다. 같은 조건에서 적용하면 내년 794원에서 2019년에는 약가가 680원까지 내려간다. 특히 매년 약가가 인하되는 유망신약의 경우 특허만료 시점에서는 제네릭(특허만료약)보다 오히려 가격이 낮아지는 가격역전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 제약업계 강력 반발
이에 오리지널 품목을 다수 보유한 외국계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사용량이 증가하고 매출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선택된 우수한 의약품에 오히려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제약사 오리지널 품목 외에도 스티렌(위염약, 동아제약)과 같은 유망신약이나 제미글로(당뇨약, LG생명과학), 카나브 등 토종 신약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울러 유망신약에 대한 약가인하로 인한 신약의 가격 예측성이 떨어지면 신약의 국내 도입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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