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 ‘카드 품앗이’로 실적쌓기
#1. 은행에 근무하는 A씨는 갖고 있는 체크.신용카드만 해도 10여장에 이른다. 다른 은행이나 지점의 실적 쌓기를 도와주기 위해 '품앗이' 형태로 만든 게 대부분이다. 그 역시 이달 지점 실적을 채우고자 품앗이 해준 은행 동료로부터 카드 고객 일부를 모집하고 있다. 그는 "동일한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고 가정하면, 고액 예금이나 대출 고객을 찾는 것보다 카드 발급을 통해 지점 수익을 내는 게 더 빠를 정도"라며 "워낙 예대마진이 낮은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문어발식 카드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2. 또 다른 은행의 지점장 B씨 역시 최근 카드 고객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억 단위 이상의 고액 자산가들이 그간 은행에 예치했던 자금들을 운용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되레 빼가고 있는 통에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카드영업에 목을 멜 수밖에 없다. 그는 "이자 수익은 이제 한계점에 온 상황인데다 지점의 단기실적 향상에는 카드영업만 한 게 없다"며 "때문에 각종 특판이나 카드 프로모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지점 수익 창출의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예금 대비 대출이자 수익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은행 영업점(지점)의 경우 매달 달성해야 하는 실적을 메우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카드 발급을 꼽고 있고, 이에 따른 수수료 수익 역시 예대마진보다 더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9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5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에 따르면 5월 중 잔액 기준 예대마진(총수신금리와 총대출금리의 차)은 2.51%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1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5월 중 총대출금리 역시 연 4.62%로 전달보다 0.002%포인트 하락했다. 총수신금리도 연 2.11%로 같은 기간 대비 0.01%포인트 떨어졌다.
통상 예대마진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것으로 은행의 가장 큰 수익 기반이다.
때문에 이자 수익에 있어 큰 단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이 그나마 카드영업에선 재미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를 통해 판매된 카드의 경우 보통 카드 매출액의 0.2%에서 많게는 그 이상도 수수료 명목으로 (카드사에)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 발급 수수료로 고객 1인 기준 평균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30만원 선까지 수익이 나오다 보니 카드 고객 수만 다 합쳐도 얼추 예대마진보다 더 나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실제 해당 은행의 경우 지점 평가의 일부 항목으로 카드 발급 수를 포함하고 있고, 그에 따른 수익 정도를 점수로 표준화해 지점의 실적을 차등화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최근 정보유출로 3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했던 KB국민.롯데.NH농협카드가 영업 재개를 본격화한 가운데 카드 업계가 잇따라 은행에 주는 수수료를 더 주고서라도 고객을 되찾으려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 고객들이 텔레마케팅(TM)영업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터라 실제 은행 창구를 통한 적법한 카드 발급을 선호하고 있다"며 "따라서 신규 카드도 함께 홍보하면서 고객까지 확보하는 차원에선 은행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 역시 "카드 고객 한 명이 부가적으로 가입하는 금융상품도 보통 1~2개 정도는 되기 때문에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얻기 위한 차원을 넘어 신규 고객 확보에 있어서도 (카드영업은)좋은 수단"이라고 말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