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야당 ‘사내유보금 과세’ 추진에 거센 반발

파이낸셜뉴스       2014.07.17 17:20   수정 : 2014.10.25 02:28기사원문



정부와 재계 사이에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과 함께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정부와 재계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장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 논의에 대해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규제로 문제를 풀겠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고, 이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탁상공론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재계 "사내유보금 개념 알고 있나"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은 17일 서울 소공로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01회 경총포럼'에 참석해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판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움직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사내유보금은 기업 순이익에서 배당과 상여금 등으로 지출된 것을 제외하고 사내에 남는 이익잉여금을 합친 누적 개념이다. 현금과 금융상품, 건물, 토지, 설비 등 다양한 형태로 바뀌어 있기 때문에 이들 항목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취임 일성으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여러가지 과세, 인센티브 등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기업에서 창출된 소득이 투자나 배당, 임금을 통해 가계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 일각에서 제기됐던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을 공식화했다.

김영배 회장직무대행은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아니라 주요자산의 장부상 숫자"라며 "통상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묶어 사내유보금으로 분류한다. 그나마도 공장, 토지, 영업권 등 이미 투자된 유무형의 비현금성 자산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배당을 확대할 경우 사내유보금이 감소하나 투자를 확대한다고 사내유보금이 감소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을 줄이라는 것은 기업이 이미 투자한 공장과 기계를 처분하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김 회장직무대행의 설명이다.

실제 전문가들도 회계정의상 잉여금은 기업 자본구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이를 통해 사내유보의 형태를 파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물, 토지, 설비투자 등의 투자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도 재무상태표상 유보금은 변화가 없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규제보다는 투자환경 조성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스스로 투자하고 싶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호적 투자환경이 조성되면 투자는 자동적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임금인상은 경제에 오히려 毒

'최경환 경제팀'이 내수 살리기 카드로 꺼내든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재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직무대행은 "우리 경제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이 부족한 이론적 접근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임금을 올려 소비진작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임금근로자가 아닌 저임금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며 "저임금근로자 대부분이 중소.영세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 업체가 임금인상 부담을 감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82%로, 30% 수준인 일본이나 20% 수준인 미국과 달리 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임금인상은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회장직무대행의 설명이다. 가뜩이나 가격경쟁이 치열한 판에 임금을 무턱대고 인상하면 경쟁력만 갉아먹는다는 얘기다.

김 회장직무대행은 "소비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임금인상보다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고용을 증대시켜 소비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정규직 보호 때문에 오히려 고용창출이 막힌다는 것이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보다는 경제적 효과가 큰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등 각종 지원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