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쌀 재고량 급증.. 관세화 한해 더 미뤘다면
정부가 지난 18일 쌀 관세화를 최종 선언한 가운데 그동안 관세화를 미룬 대가로 의무적으로 들여왔던 수입쌀 상당수가 최근 3년 새 창고에 고스란히 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쌀 재고량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의무수입물량(MMA)이 매년 일정 비율씩 증가해 왔지만 수입쌀 수요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쌀 생산량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는 쌀 소비량이 더욱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현상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호에서 밀리는 수입쌀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0년 당시 수입한 가공용쌀(백미 기준) 22만9118t 가운데 지난 5월 말 현재 재고량은 573t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1년 수입 가공용 쌀의 경우엔 24만3361t 가운데 1만6916t이 남아 있는 상태다. 재고량은 2012년 25만7605t 중 15만5179t, 2013년 27만1848t 중 20만963t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해 들여온 수입쌀이 시장에서 제때 소화되지 못하고 결국 창고에서 3~4년씩 고스란히 묵히는 실정이다. 다만 수입쌀의 경우 5년이 지나면 폐기하도록 돼 있어 재고량은 '제로(0)'가 된다. 밥쌀용으로 쓰이는 수입쌀은 2011년 당시 10만4297t을 들여와 지금까지 다 팔렸지만 2012년은 11만401t 중 908t, 2013년은 11만6505t 중 5만1213t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aT 곡물사업처 송강섭 미곡팀장은 "최근 3~4년 새 국내산 쌀은 풍작이어서 공급이 많았고, 여기에 수입쌀 의무수입은 (협정에 따라)매년 2만t씩 더 늘어난 것이 맞물리면서 수입쌀 재고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MMA로 들여오는 수입쌀 가운데 가공용은 국내 항구에 도착하면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 전량 이관된다. 지자체는 이를 받아 정부 양곡창고에 보관했다가 양곡협회, 쌀가공식품협회 등 단체에 넘긴다. 그리고 이들 단체는 회원사인 쌀 관련 식품제조기업에 판매하는 식이다.
밥쌀용 유통구조는 다소 다르다. 수입한 것을 aT가 전국 9개 시·도에 있는 창고(현재 민간창구 4곳도 추가 대여해 활용 중)에 보관하다 필요에 따라 일반에게 공매를 통해 직접 넘긴다. 수입한 밥쌀용 쌀은 도매가격 기준으로 국산 쌀값의 약 69~70%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산쌀이 ㎏당 2100원이면 미국산 1등급은 ㎏당 1500원가량에 팔리는 것이다.
쌀 재고 문제는 MMA 물량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났을 경우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2004년 당시 관세화로 돌아서지 않고 유예를 선택한 우리나라는 협상 조건으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미국, 태국, 호주로부터 매년 총 2만347t씩을 더 들여와야 했다. 이에 따라 2005년 당시 22만5575t이었던 MMA는 2009년 30만6964t으로, 다시 2014년에는 40만8700t(밥쌀용은 12만3000t)으로 크게 늘었다.
이동필 농식품부장관도 지난 18일 쌀 관세화를 선언하면서 "관세화 유예를 또다시 연장할 경우 MMA 증가로 쌀 산업이 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를 피하기 위해선 관세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일시의무면제, 즉 '웨이버'를 신청해 5년 이후로 관세화를 미룬 필리핀의 경우 이 조건으로 기존에 35만t이던 MMA를 80만5000t까지 늘려야 한다. 필리핀의 협상결과를 똑같이 적용할 경우 우리나라 역시 MMA가 현재의 약 40만9000t에서 90만t 이상으로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관세화를 또다시 유예하는 조건으로 MMA를 크게 늘리면 국내 쌀 소비량의 20% 이상까지 (수입쌀이)차지할 수 있어 쌀 산업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필리핀의 경우 쌀 자급률이 높지 않아 외국쌀을 불가피하게 들여와야 하는 현실에서 선택한 것이라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이번에 관세화를 선택하더라도 연간 40만t의 수입쌀은 앞으로도 매년 의무적으로 들여와야 한다. 대신 관세화 후에는 나라별 쿼터가 총량 쿼터로 바뀐다.
농협경제연구소 김종인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쌀의 용도가 제한돼 있다 보니 국내산 쌀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일본과 같이 수입쌀을 대외원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수입쌀 재고 문제도 해결하고, 국산쌀과의 경쟁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da@fnnews.com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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