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潛龍)과 잡룡(雜龍)

파이낸셜뉴스       2014.08.13 16:59   수정 : 2014.10.24 11:15기사원문



잠룡(潛龍)은 물에 잠겨 있는 용(龍)이란 뜻으로, 아직 임금이 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유력 대통령 후보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상황에서 잠룡 이야기를 꺼내는 건 분명 지나치게 앞서가는 논의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권 수면 아래 현실은 이와 다르니 천기를 누설해야겠다. 요즘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를 통틀어 거론되는 잠룡을 세어보면 열 손가락을 넘어갈 만큼 차기 대선을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갑자기 잠룡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지난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여파가 크다.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대거 잠룡 리스트에 오른 데다 야당 잠룡군이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역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권력지형 구도가 흔들리면서 차기 당권과 대선 후보를 꿈꾸는 후보군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잠룡군을 놓고 우스갯소리가 솔솔 들리고 있다. 잠룡으로 불리는 후보군을 겨냥해 '잠룡(潛龍)이냐 잡룡(雜龍)이냐'라는 뼈 있는 농담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일단 대선 후보군이 의외로 많아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잠룡으로 분류된 후보군이 숫자상으로 많다는 걸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만큼 한국 정치가 차기 리더군을 넓게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후보의 역량이다. 대통령의 자질로 미래비전, 전문가적 자질, 리더십, 시대정신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어느 기준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요소다. 혹자는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농심을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자'라는 말을 읊조리기도 한다.

대략 정리해 보면 당내에서는 선당후사하는 실천력을 보이고, 당 외적으론 민심을 얻는 자가 잠룡이 아닌가 싶다.

대표적으로 잠룡에서 승천을 한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박 대통령은 여당 시절 '선거의 여왕'으로 불릴 만큼 당이 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나서 승리를 견인한 데다 '국민행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냈다. 국정 운용이 흔들릴 때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내 회복되는 이유다.

최근 은퇴를 전격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를 보면서 잠룡의 자질을 곱씹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손 전 대표가 야당 대표를 두번 거친 경우는 모두 구원투수로 나선 때였고, '재·보선 달인'으로 불린 것은 어려운 지역구에 백의종군해 나섰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당에서도 내심 야당 대선후보 경계 1순위로 꼽았던 인물이다. 민생대장정과 정치적 관록을 용광로에 쏟아부어 탄생시킨 정책 비전인 '저녁이 있는 삶'이 그만큼 유권자에게 파괴력이 있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이번 재·보선에서 낙선한 국회의원 후보 중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는 사람 1순위는 손 전 대표다. '아름다운 은퇴' 혹은 '아쉬운 은퇴'라고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잠룡과 잡룡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주관적 관점이긴 하나 스스로 꿈을 그리고 일을 도모하는 자는 '잡룡'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자야말로 진정한 '잠룡'이다. 당신은 과연 잠룡에 속하는가, 잡룡에 속하는가.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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