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남자의 성장통 그린 개막작 ‘군중낙원’

      2014.10.04 20:02   수정 : 2014.10.04 20:02기사원문


‘순수’했기에 지낼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었던 ‘군중낙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군중낙원’은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대만의 금문도에 있는 831부대 일명 군중낙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체 건강하고 몸에 문신이 없어 1등급 판정을 받은 파오(롼징티엔 분)가 금문도 해안정찰부대인 해룡부대에 신병으로 전입해 온다. 하지만 파오는 수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장윤산(첸징안빈 분)의 눈에 들어 곧 다른 부대인 831부대로 옮겨간다.

그곳에서 파오는 공창의 매춘부를 관리하는 일, 일명 꿀 보직을 담당하게 된다. 여자친구가 있는 파오는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춘부들과 관계를 갖지 않는다. 다만 파오는 항상 조용하고 남들과 섞이지 않는 니니(완치안 분)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랑이 아닌 우정으로 점점 가까워진다.


이처럼 ‘군중낙원’은 순수한 남자 파오의 시선에 따라 전개된다. 매춘부들에게 관심을 두진 않지만, 그녀들을 지켜내고 함께 생활하면서 순수한 남자 파오는 점차 사회적인 인물로 성장해간다. 이에 ‘군중낙원’은 파오라는 남자의 성장통으로도 볼 수 있다.

파오를 연기한 롼징티엔의 눈빛이나 표정에는 순수함이 가득 들어 있어 극의 몰입도를 더한다. 그 어떤 남자보다 근육질 몸매에 장신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눈빛과 행동은 파오가 얼마나 순수한 인물인지 알게 해준다.

파오를 군중낙원으로 데려다준 장윤산은 이산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어릴 때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와는 헤어져 지내면서 그리워하지만 갈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장윤산을 연기한 첸지안빈은 지난 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실제 아픔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다 마음속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해 그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장윤산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군중낙원 매춘부 중 하나인 지아(첸이한 분)다. 공창의 매춘부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특히 지아는 말로만 자신에게 애정을 주는 남자들에게 이미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지아를 연기한 첸이한은 앳되고 귀여운 외모를 가졌기에 ‘군중낙원’에서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받는다.

파오와 가까워지는 인물 니니는 다른 매춘부들과는 달리 쉽게 몸을 팔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매춘부들과 좀 다른 이유로 금문도에 있어 파오에게는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니니는 파오가 성장통을 겪게 해주는 핵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니니가 기타를 치며 부르는 노래는 자신뿐만 아니라 금문도에 끌려온 사람들의 상황을 대변해 준다.

파오는 그런 니니에게 아픔을 치유 받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며 순수했던 모습과는 달리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낙원이라는 말이 슬플 정도로 시대적 배경이 아프지만 아름다운 색감 조화와 시골 정경의 영상미로 낙원을 표현해 미쟝센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비극적인 시대이고 개개인의 아픔이 있지만 그곳에서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고 보듬어 주는 모습은 ‘낙원’이라는 희망적인 단어를 실감케 한다.

이처럼 60-70년대에서 대만에서 군 생활을 한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반추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는 도제 니우 감독의 ‘군중낙원’은 영화가 보여주는 이산의 아픔, 여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 억압적 군대 문화 등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군중낙원 (사진=스타엔DB)

특히 도제 니우 감독의 말처럼 한국인들도 지금까지도 치유하지 못한 비슷한 아픔이 있기에 더욱 공감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다.
이에 ‘군중낙원’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파오의 시선으로 시대의 아픔을 바라보며 역사를 되짚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군중낙원’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으며, 도제 니우 감독이 연출, 배우 롼징티엔, 첸지안빈, 완치안, 첸이한이 출연한다.
제작 총괄 및 편집은 지난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쓰리 타임즈’의 감독 허우샤오시엔이 참여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nedai@starnnews.com부산=노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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