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미얀마와 결혼한 한국 여성들

파이낸셜뉴스       2015.04.07 17:39   수정 : 2015.04.07 21:57기사원문

"가난에 찌든 미얀마를 사랑으로 품었더니 사업 대박"





'꼴찌'와 사랑에 빠진 한국 여성들이 있다. 아세안 10개국 중 1인당 GDP 10위인 미얀마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들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미얀마는 반세기 동안의 군부독재, 수년간의 경제 제재 탓에 베일에 가린 국가다. 가난과 억압으로 찌들었던 그 땅을 정주아(MYKO 사장), 음윤희(MKCS 글로벌 대표), 한윤복(아쿠아랜드 대표), 정분자씨(비타500 미얀마 회장)등 4명의 여성은 사랑으로 품었다. 이제는 미얀마에서 대박을 낸 사업가로 불리지만 그들에게는 여전히 치밀한 사업 전략 계획서나 꼼꼼한 시장 조사 보고서보다 현지인들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 훨씬 중요하다.





■남편따라 미얀마 갔다 사업가로

정주아 MYKO 사장은 25세의 나이에 미얀마에 정착해 문베이커리, 롯데리아, 불고기브라더스 등 굵직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 진주 출신의 정 대표는 1995년 여행 삼아 미얀마 땅을 밟았지만 현지에서 중국 화교 3세인 남편을 만나 3년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다들 미쳤다고 말렸어요. 당시만 해도 국제 결혼이 생소할 때였고 동남아인과의 결혼이란 것에 많은 우려를 받았습니다."

남편 곁에 살기 위해 미얀마에 정착한 그는 시댁의 봉제공장 일을 돕기 시작했다. 주문이 늘면서 공장 규모는 직원 700여명, 공장 6개 등으로 중소기업 수준이 됐다. 한국 주문 업무 처리 등 단순한 일을 맡던 정 대표는 결국 2000년부터 아예 공장 운영을 도맡았다.

"2002년 미국에서 9·11사태가 터지자 일감이 확 줄었어요. 2003년부터는 경제 제재까지 시작되고 결국 공장 운영이 힘들어졌습니다."

정 대표는 이때부터 아예 내수로 눈을 돌렸다. 외식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2004년에는 한국의 뚜레쥬르를 벤치마킹해 미얀마 최초의 베이커리 카페 '문베이커리'를 열었다. 문베이커리는 3호점부터 짜장면, 김치찌개까지 판매하며 이목을 끌었고 현재 지점은 16개다.

지난 2011년 신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리아와도 손을 잡았다. 롯데리아는 미얀마에 진출 한 지 한달도 안돼 1일 매출 1000만원을 돌파했으며 현재 7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그는 또 한식 세계화에 발맞춰 올해 1월 불고기 브라더스 1호점을 냈다.

미얀마 한류열풍의 주역인 음윤희씨 역시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법인장이었던 남편(박정환 현 포스코엔지니어링대표)과 함께 미얀마에 간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에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사업을 펼쳤다. 미얀마 방송국에 한국 드라마 콘텐츠를 공급했으며 현지 공중파 8시 황금시간대엔 모두 한국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얀마 최대 공중파 방송국(MRTV4)과 함께 '4 레이디스'라는 한류전용 채널도 론칭했다.

■수만번 실망해도 포기하지 않아

미얀마에서 코리아나, 엔프라니 등 한국 유명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윤복 대표는 종종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리는 게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미얀마의 상황이 1970년경의 한국과 비슷해요.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이 필요했을까를 생각해보면 사업아이템이 나오죠."

이런 과정을 통해 들여온 제품들이 바로 자연 여과식 정수기와 치약, 칫솔, 비누이다. 생활용품 사업이 자리를 잡자 그는 점점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화장품 사업은 2008년부터 본격 성장했으며 현재 그의 매장은 양곤에 10개점, 만달레이에 9개점을 포함해 전국 42개에 이른다. 그는 또 한류 마케팅을 위해 '미얀마의 얼굴'이라는 모델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 대표가 미얀마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책임 의식이었다. 그는 "개도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현재 함께 더불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책임 의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수만번을 실망해도 포기하지 않고 교육을 시키며 서비스 정신을 가르쳤다"고 술회했다.

비타 500으로 현지 음료시장을 석권한 정분자 회장은 지난 2013년 현지에서 선보였다가 쓴맛을 봤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비타 500을 들고 다시 미얀마 땅을 밟았다. 그는 현지 대기업 MGS를 누르고 미얀마의 박카스 판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는 20억원 규모의 TV광고를 하고 2013년 미얀마에서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을 후원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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