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한국으로 날아온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빌라도로 시작해 지저스가 된 남자

파이낸셜뉴스       2015.06.01 17:57   수정 : 2015.06.01 17:57기사원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12일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

그는 가슴에 종이 카네이션을 달고 나왔다. 아들에게 떼지않겠다고 약속했단다. 미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그가 한국으로 온 이유도 '가족과의 시간'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3년이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를 겸손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근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속속 해외 진출 소식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이미 1995년 브로드웨이에서 데뷔해 거꾸로 한국 무대로 날아온 배우가 있다. 오는 12일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에서 지저스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마이클 리(42)다. 미국과 한국에서 '수퍼스타'에 출연한 횟수만 400여회가 넘고 맡은 역할도 지저스를 비롯해 시몬, 유다, 빌라도까지 다양하다. '수퍼스타'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동양인으로서 미국에서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실력과 인성이 뒷받침 됐기 때문. 마이클 리를 얘기할 때 폭발적인 가창력과 절정의 고음을 논하면서 빼놓지 않는 게 '인간적인 매력'이다. 관계자 누구에게 물어도 마이클 리에 대해선 칭찬 일색뿐인 이유다.



지난달 말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마이클 리는 가슴에 종이 카네이션을 곱게 꽂고 있었다.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만들어 준 건데 절대 안 뗄 거라고 약속했거든요. 집에서 나오면서 떼야 한다는 걸 깜빡했네요."(웃음)

누구보다 가정을 사랑하는 그다. 미국에서 활약하다가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미국에 있으면 투어공연을 많이 다니니까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더라고요.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이 우선이에요."

마이클 리는 2006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오리지널 공연을 통해 한국에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다가 2013년 '수퍼스타'로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시작, '노트르담 드 파리' '벽을 뚫는 남자' '프리실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다양한 작품으로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다.

"모든 작품에는 다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죠. 한국 무대에 적응하고 한국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창작, 라이선스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했어요. 본격적인 한국 활동은 3년이 채 안됐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시간 보다도 더 배우는 시간이었죠."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작품도 '수퍼스타'. 고등학교 시절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그는 '수퍼스타'의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

"빌라도 역을 맡았던 배우가 부상을 당해서 급하게 대역이 필요했어요. 추천을 받아서 무대에 오르게 됐죠. 뮤지컬 배우에 대한 꿈은 어릴 적부터 있었어요. 영화같은 일이 벌어진거죠. '수퍼스타'는 그래서 저에게 더 특별해요."

2013년에 이어 두번째로 출연하는 '수퍼스타'를 위해 그가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상하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요새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명상'이에요. 예수가 죽기 전의 고뇌와 인간이면서 신이어야 했던 고통을 제가 어떡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방법이에요. 매일 일정 시간동안 머리 속을 비우거나 한 가지 생각만 하면서 마음을 정화시켜요."

워낙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 걱정이 없는 거냐고 물으니 마이클리는 손사레를 쳤다. 지저스의 유일한 솔로곡인 '겟세마네'는 특히나 소화하기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다만 감정을 표현하기는 오히려 쉬워요. 노래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멜로디를 따라가다보면 연기를 하지 않아도 처절한 감정이 절로 나오죠."

미국에서 '미스 사이공'에 10년간 출연했고 '렌트'의 미국 투어, '알라딘' '베이징 스프링' '퍼시픽 오버추어'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던 그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꿈꾸는 배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더니 이번에도 손사레를 쳤다.


"감히 조언을 드릴 수가 없어요. 다양한 출신의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왔지만 솔직히 한국 배우가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언어'의 장벽을 허물 수 있어야겠죠. 언어는 세상 모든 극장의 문을 열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방법이겠죠."

그런 마이클리가 '수퍼스타'를 마친 뒤 오는 10월부터 브로드웨이 초연 뮤지컬 '엘리전스(Allegiance)'에 출연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탄다.

"6년 동안 작품과 캐릭터를 발전시키는데 공조한 작품이에요. 브로드웨이 초연 작품의 일원이 된 거죠. 또 작품은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 속에서 사회적인 인권, 가족의 힘을 얘기해요. 한국계 미국인 부모로서 저에게 굉장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두 가지예요."

'엘리전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과 억압 속에서 피어난 깊은 가족애와 사랑, 인권을 다룬 실화 바탕의 작품이다. 마이클 리는 초기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리딩 공연, 트라이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2013년 샌디에고에서 열린 제11회 크레이그 노엘 어워즈에서 이 작품으로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엘리전스' 이후 언제쯤 다시 마이클 리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브로드웨이 작품은 보통 오픈런이라 확실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한국이 나의 집이고 주무대라는 거예요. 우선은 '수퍼스타'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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