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명품가방과 비닐
파이낸셜뉴스
2015.07.05 17:58
수정 : 2015.07.05 22:16기사원문
석유에서 뽑아낸 폴리염화비닐 가공 거쳐 그럴싸한 가죽 변신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들기 때문에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명품 가방. 고급스러운 장식과 꼼꼼한 마감이 '명품'답기 때문에 충분히 소유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장인이 정말 손수 만드느냐의 진위를 떠나 상품 가격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이고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브랜드 가치가 포함되기도 합니다만, 그 가방이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이프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3초만에 한번씩 볼 수 있다고 해서 '3초백'으로 알려진 유명 명품 브랜드 가방도 실은 'PVC(Poly Vinyl Chloride)'라고 불리는 폴리염화비닐을 가공해 만든 인조가죽이 가방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명품 가방도 되고 파이프도 되는 PVC. 이 마법 같은 물질의 기원은 석유에서 출발합니다.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가솔린, 등유, 경유 등이 생산된다는 것은 상식이죠. 가솔린과 등유 사이에 정제돼 나오는 물질이 흔히 납사라고도 말하는 '나프타'입니다. 그리고 이 나프타가 석유화학공업의 가장 핵심 원료가 됩니다.
나프타를 다시 분해하는 과정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나옵니다. 이 중 에틸렌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ABS, PVC 등이 만들어집니다.
PVC는 파이프처럼 딱딱한 제품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경화제를 넣어 말랑말랑 휘게 만든 다음 표면처리를 하면 인조가죽이 된다고 합니다.
창틀, 벽지, 바닥재도 모두 PVC로 만드는 제품이고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이 PVC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회사입니다.
화학업계에서 "우리 몸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면 우리 몸에 걸친 물건의 70%는 화학제품"이라는 말을 씁니다. 저는 속이 아프지만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산 가방의 70%는 PVC(비닐) 가방"이라고.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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