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석 EY 부회장 "감사인 지정제 확대해야"

파이낸셜뉴스       2015.07.29 14:42   수정 : 2015.07.29 14:42기사원문



"감사인 지정제 확대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부실을 제대로 짚어낼 수 있습니다."

정준석 언스트앤영(EY) 한영회계법인 부회장(사진)은 회계사가 자본시장의 '심판' 역할을 하기 위해선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회계사가 투자자를 대신해 기업을 투명하게 만들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기업이 회계사(회계법인)를 선택할 권한을 갖고 있어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회계사가 계약관계에 따라 '을'의 위치에 있는 탓이다.

정 부회장은 "회계사가 '갑'이 돼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상장사 가운데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150%를 초과하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회사 등이 감사인 지정대상이다.

정 부회장은 "주주구성 비율상 친인척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공시를 소홀히 하는 불성실공시법인, 경영진이 형사적 문제가 걸려 있는 회사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 수수료의 현실화도 절실하다고 했다. 비용(수수료)에 인색하면 질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회계감사 서비스를 품질이 아닌 가격으로 평가하니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수수료가 내려가니 좋은 회계사를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외국의 사례를 감안하면 현재보다 수수료를 2∼3배는 올려야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계감사는 사람(회계사)이 하는 것"이라며 "감사를 제대로 해서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고, 당연히 비용(수수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아파트 회계감사의 경우 저가 출혈경쟁으로 감사의 질을 보장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결산시기가 12월에 지나치게 몰려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11월부터 이듬해 3∼4월까지 일이 몰리는 바람에 시간이 촉박하고, 인력의 효율적 활용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를 적절하게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해 배출되는 회계사만 1000명에 이른다. 한영회계법인은 올해 200명의 신입 회계사를 선발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숫자다. 정 부회장은 "통상 2∼3년이 지나면 공기업이나 학계 등으로 빠져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면서 "대형 회계법인은 '가르친다', '실무자를 배출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회계사들의 기업 진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며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 기업에 포진해 있어야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계사의 역할이 다방면으로 확대돼 수요는 충분하다. 정 부회장은 "신협이나 금고, 조합 등 국민생활에 밀접한 부분에도 회계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세금이 들어가는 복지재단 등이 회계감사를 엄격하게 받도록 하면 국가 재정의 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3학년이던 지난 1975년 공인회계사 시험(6회)에, 이듬해에는 행정고시(19회)에 합격했다. 안권회계법인에서 6개월 간 회계사시보로 근무하다 공직생활로 첫발을 내딛었다. 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등을 역임하며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아오다 2009년 한영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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