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백령도 병원시설 부족 가족들 육지로 보내고 혼자사는 직원 대부분
파이낸셜뉴스
2015.09.02 17:19
수정 : 2015.09.02 22:19기사원문
【 백령도=장용진 기자】 백령도 고층기상관측소 근무 7개월차인 오병찬 주무관에게는 막 백일이 지난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들은 백일부터 돌 사이가 가장 예쁘다는 말처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다. 하지만 오 주무관은 지금 아들을 볼 수 없다. 아들과 아내는 인천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려가 안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몇 번 되지 않는다. '퇴근하면 밤새 헤엄이라도 쳐서 만나고 오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이지만 쉽지 않다.
백령도에서 인천까지 뱃길은 4시간. 오전에 인천을 출발한 여객선은 정오가 조금 지나 백령도에 잠시 입항했다가 곧바로 인천으로 돌아간다. 전에는 오전에 백령도에서 출발하는 배가 있었지만 선박회사 사정으로 없어졌다.
오 주무관이 아들을 보려면 정오 무렵 들어오는 여객선을 타고 인천에 들어갔다가 다음 날 오전 9시 출발하는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한다. 집에 도착해도 늦은 저녁일 수밖에 없어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잠시 본 다음 새벽같이 배를 타고 돌아와야 하는 셈이다. 만약 기상 상황이 나빠서 태풍특보라도 내리게 되면 꼼짝없이 발이 묶인다. 나갈 때 미리 복귀 시점의 날씨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날씨가 멀쩡해도 나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직원들도 비슷했다. 하나같이 "학원은 백령도에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병원 문제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119응급헬기가 있지만 뇌출혈이나 심근경색같이 초응급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병원 문제는 단순히 기상관측소 직원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보건소에 그치고 있는 현재 의료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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