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로슬링 "한국 출산율 낮은건 가부장적 문화 때문"

파이낸셜뉴스       2015.10.04 15:27   수정 : 2015.10.04 21:00기사원문



스웨덴의 저명한 인구학자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 교수(67)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통계청이 오는 11월 시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 홍보를 위해 특별히 초청했다. 2017년까지 강연 스케쥴이 빼곡히 차있다는 그는 지식공유 플랫폼 테드(TED)의 '인기 스타'다. 2012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꼽히기도 했다.

3일 서울 테헤란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로슬링 교수를 만났다. TED의 인기 강사답게 일대일 인터뷰에서도 컴퓨터와 종이로 만든 각종 시각물을 동원해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전날에도 강연과 인터뷰를 합쳐 7시간이 넘는 스케쥴을 소화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첫 인사에 "축복 받았다"며 웃던 로슬링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고는 한 시간 가량 한강변을 달릴 거라고도 귀띔했다. 열정으로 뭉친 그였다.

한국 저출산이 심각하다는 질문에 그가 반문했다. "한국에서는 원인을 유교사상에서 찾더라. 그래서 한국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단호했다. 로슬링 교수가 '유교' 대신 내놓은 답은 '가부장적' 문화다. 종교가 아니라 인식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웨덴 사례를 들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출산율이 바닥을 치자 스웨덴 사회도 답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로슬링 교수는 "'인구의 위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육아수당이 도입됐다. 한가지 더, 그 때 비로소 임신하거나 결혼한 여성을 해고하는 것이 불법이 됐다"면서 "다시 말해 결혼하거나 임신한 여성 교사·간호사가 해고되는 건 그 이전엔 합법이었다. 스웨덴도 그랬다. (저출산은)아시아 가치 아니다. 가부장적인 가치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때문에 '양성 평등(gender equality)'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적 성별을 나타내는 젠더(gender)가 한국어로 양(both)·성(sex)으로 불리는데 대한 문제점도 같이 지적했다. 양성 평등이 담보되면 한국 출산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로슬링 교수는 "앞으로 한국에서 여성의 힘이 강해질 것이다. 여성에 대한 점진적인 가치 변화가 발생하면 결론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언론의 논조도 바꿀 것이다. 느리지만 강하게 변화할 거다. 한 세대 전에는 여기자도 없었다. 한국이 이제까지 급속히 발전하고 변화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빨리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에서 이런 것을 해낼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일본은 아직 과거에 대해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이고 싱가포르는 작다. 대만은 정치 체제가 불안하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주의가 충분히 확립돼 있고 규모도 적당하다. 역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경제·사회·문화적인 발전도로 볼 때 모범적인 사례다."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로슬링 교수는 인도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이 그를 통계학자, 인구학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20분 정도 공부해보니 인도 학생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더라. 이미 아시아에 변화가 있었다." 그는 이후 20년동안 아프리카 최빈국에서 연구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미래엔 아프리카 인구가 중요한데 개발도상국이라는 표현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통계에 기반한 객관적인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일을 시작했다.

"통계청처럼 공신력있는 기관이 통계를 잘 축적하고, 이것을 대중에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것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추가할 수 있도록 오픈돼야 한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영화같은 스토리, 동영상을 통해 인터넷에 공개하면 관심이 많다. 부가가치를 여런 단계에 걸쳐 추가하는 것.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게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통계의 한계는 없을까. 한국에서 끊임없이 논쟁이 되고 있는 '물가는 낮은데 체감 물가는 높은' 현상에 대해 물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숫자'와 '퍼센트'의 차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인 상품 가격은 이미 높은 상태에서 변화가 없는데,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변화'를 나타내는 숫자라는 것이다.
로슬링 교수는 "기사는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지만 독자들은 '너무 비싸다'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률이 높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에티오피아는 빈국'이라고 반론한다. 모두 높낮이와 변화의 정도를 혼돈하는 것"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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