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향우회도 탈당.. 더민주당 갈수록 고립
파이낸셜뉴스
2015.12.30 18:16
수정 : 2015.12.30 18:16기사원문
호남 텃밭 붕괴 위기도 文 통합 일정 차질 예상 중진 탈당 결심 빨라질듯
소속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과 리더십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번에는 당의 최대 주주인 호남향우회의 탈당 선언이라는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고립무원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세력의 이탈은 문 대표가 조기 선대위 구성을 하면서 호남출신 인사의 공동선대위원장 선임 등 다양한 카드를 고려중인 상황에서 문 대표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존립기반인 호남세력의 이탈은 더불어민주당의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한편 야권의 정치지형을 크게 흔들면서 당의 텃밭이 사실상 붕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3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호남향우회의 이탈로 추가 탈당을 고려하거나 향후 정치 행보를 심각하게 고민중인 의원들의 동요도 덩달아 커지면서 분당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동반 탈당이 예고돼 있는 데다 이날 호남향우회 회장단까지 집단 탈당대열에 동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존립기반이 붕괴직전까지 내몰리는 형국이다.
호남향우회의 이탈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야권 민심 풍향계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 지위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총회장 등 12명 가량의 임원진과 서울시의 각 구 회장단 20명은 이날 천정배 의원이 주도적으로 결성한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는 곧 호남민심의 동요로 이어지면서 당장 문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로 남게됐으며 문 대표가 추진중인 당 통합 및 화합 일정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안철수 신당 및 박주선 신당 등 야권의 분열이 심화되는 와중에 당의 존립근거인 호남향우회가 빠져나감으로써 큰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한길 전 대표 등 주요 당내 인사들의 탈당 결단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는 사실상 탈당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과 정대철 고문 등 일부 전직 의원들도 선거구 획정이 끝난 직후인 1월10일 전후로 집단결행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분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광주지역 현역의원 8명 중 현재까지 3명만 당에 잔류해있지만 장병완·박혜자 의원의 경우 시기 선택만 남았을 뿐 탈당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주류측 강기정 의원 1명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지역 현역 의원들의 이탈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진행중인 현역의원 컷오프 작업도 호남지역 의원들의 추가 이탈 속도를 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민심 향배 주목
일각에선 2003년 분당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분열 양상에는 분당 당시 촉발된 뿌리깊은 반 친노 정서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온 호남민심이 지난 대선 때 영남 출신의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지만, 패배의 결과를 안은데 따른 좌절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결국 호남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등 여러 세력이 군웅할거하는 야권 분열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주류측은 호남특위 신설과 호남인사 공동선대위원장 선임, 참신한 인재영입이 핵심인 '빅 카드'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구성할 때 호남에서 신망받는 분의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날 진행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행사에서 어색하게 조우했다. 두 사람간 만남은 지난 13일 새벽 문 대표가 서울 노원구의 안 의원 자택을 찾아 탈당을 만류한 지 17일 만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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