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텃밭 붕괴 위기도 文 통합 일정 차질 예상 중진 탈당 결심 빨라질듯
소속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과 리더십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이번에는 당의 최대 주주인 호남향우회의 탈당 선언이라는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고립무원 상황에 놓이고 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세력의 이탈은 문 대표가 조기 선대위 구성을 하면서 호남출신 인사의 공동선대위원장 선임 등 다양한 카드를 고려중인 상황에서 문 대표에게는 적지않은 충격을 던져줬다.
존립기반인 호남세력의 이탈은 더불어민주당의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한편 야권의 정치지형을 크게 흔들면서 당의 텃밭이 사실상 붕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당 주춧돌 호남향우회 집단 탈당
3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호남향우회의 이탈로 추가 탈당을 고려하거나 향후 정치 행보를 심각하게 고민중인 의원들의 동요도 덩달아 커지면서 분당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동반 탈당이 예고돼 있는 데다 이날 호남향우회 회장단까지 집단 탈당대열에 동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존립기반이 붕괴직전까지 내몰리는 형국이다.
호남향우회의 이탈은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야권 민심 풍향계에 막대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1야당 지위에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호남향우회총연합회 이용훈 총회장 등 12명 가량의 임원진과 서울시의 각 구 회장단 20명은 이날 천정배 의원이 주도적으로 결성한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는 곧 호남민심의 동요로 이어지면서 당장 문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로 남게됐으며 문 대표가 추진중인 당 통합 및 화합 일정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예상된다. 이미 안철수 신당 및 박주선 신당 등 야권의 분열이 심화되는 와중에 당의 존립근거인 호남향우회가 빠져나감으로써 큰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 김한길 전 대표 등 주요 당내 인사들의 탈당 결단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김 전 대표는 사실상 탈당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 인사들과 정대철 고문 등 일부 전직 의원들도 선거구 획정이 끝난 직후인 1월10일 전후로 집단결행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분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광주지역 현역의원 8명 중 현재까지 3명만 당에 잔류해있지만 장병완·박혜자 의원의 경우 시기 선택만 남았을 뿐 탈당은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주류측 강기정 의원 1명만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지역 현역 의원들의 이탈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진행중인 현역의원 컷오프 작업도 호남지역 의원들의 추가 이탈 속도를 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민심 향배 주목
일각에선 2003년 분당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분열 양상에는 분당 당시 촉발된 뿌리깊은 반 친노 정서가 바닥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온 호남민심이 지난 대선 때 영남 출신의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지만, 패배의 결과를 안은데 따른 좌절감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결국 호남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 박주선 신당 등 여러 세력이 군웅할거하는 야권 분열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주류측은 호남특위 신설과 호남인사 공동선대위원장 선임, 참신한 인재영입이 핵심인 '빅 카드'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를 구성할 때 호남에서 신망받는 분의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이날 진행된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행사에서 어색하게 조우했다. 두 사람간 만남은 지난 13일 새벽 문 대표가 서울 노원구의 안 의원 자택을 찾아 탈당을 만류한 지 17일 만이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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