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벤처정신

파이낸셜뉴스       2016.02.11 16:53   수정 : 2016.02.11 16:53기사원문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화이다. 연합군의 한 소대가 알프스산맥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고립되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나아갈 길을 알 수 없어 절망적이던 그 순간 한 소대원의 가방에서 지도가 발견되었다. 소대원들은 이 지도에 의지해 탈출을 시도하게 되었고, 무사히 연합군과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그 지도가 알프스산맥이 아닌 피렌체산맥의 지도였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 둔화,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의 성장률 둔화 및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여건에 놓여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흔히들 '삼포세대' '오포세대'라 할 정도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알프스산맥 어딘가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매던 소대원들이 떠오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지도는 무엇인가. 비록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나아갈 길을 보여주고 의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마음속의 지도, 즉 과감한 도전정신과 적극적인 모험정신이 아닐까. 실제로 벤처 1세대를 비롯해 성공한 기업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처음 창업 당시에 시작한 창업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고 보통 두세 차례 사업모델을 변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실리콘밸리의 벤처들도 평균 3회 정도는 실패한다고 하니, 처음부터 정확한 지도를 가지고 시작하는 창업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바로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한결같이 청년들에게 "일단 도전하라"고 당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성공에 대한 희망과 확신으로 도전하는 그 마음이 바로 '벤처정신'이며 청년층의 특권이라 하겠다. 많은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은 "한국에서 사업하는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국인들의 벤처정신을 첫째로 꼽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안되는 게 어딨어. 해보기나 해봤어"라는, 지금은 고인이 된 개발연대의 어느 재벌총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 공식적으로 '벤처'라는 정책용어가 알려지고, 불과 20여년 전 맨손으로 시작한 벤처라는 씨앗이 자라서 이제 울창한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두세 차례의 쓰라린 부침과 실패의 아픔도 겪은 바 있었다. 이제는 벤처기업 수가 3만개를 넘었고 벤처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4.5%에 해당하는 215조원으로, 재계 서열로 따지면 2위에 해당한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아울러 벤처기업의 고용증가율은 대기업의 3.4배나 되며 전체 고용이 72만명으로, 우리 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창업자를 옥죄던 연대보증도 거의 폐지되고, 벤처투자 규모도 벤처붐 당시를 뛰어넘는 2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만큼 벤처를 위한 토양도 날로 개선되고 있다. 또한 전국의 창업선도대학도 34개로 늘어나고, 창업 팀에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하는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 프로그램을 비롯, 구글캠퍼스 설립 등 정부와 민간 모두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 창업을 위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하겠다. 세계화시대 글로벌 경제에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도 있으나 한편으로 무수한 기회가 주어진다. 청년들이여 이 기회를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결코 주춤거려서는 안될 것이다.


초나라 재상이자 병법가로 알려진 오기는 '전쟁에서 제일 큰 손해는 머뭇거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제 우리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만의 창업 지도를 펼쳐 들고 길을 찾아나서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아닐까 싶다. 그 지도가 정확한지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지난날 벤처의 경험과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김성진 전 한경대학교 총장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