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할 것도 없고 해도 안 먹힌다"

파이낸셜뉴스       2016.10.07 06:33   수정 : 2016.10.07 06:33기사원문
엔 하락, BOJ 통제 벗어나

엔화 가치가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BOJ)의 막대한 물량 공세에도 연일 치솟기만 하던 흐름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이 마이너스 금리, 양적완화(QE)라는 정책과는 인과관계가 없고 미국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약 발 안듣는 BOJ의 통화정책'이라는 숙제를 BOJ는 받아든 셈이다. 또 시장 변동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엔이 지난 8 거래일 동안 3% 하락하며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03.45엔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통화공급이 확대되면 통화가치는 하락한다는 경제학 법칙을 거스르며 올들어 달러대비 16% 치솟았던 엔 가치가 마침내 하강흐름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일단 BOJ로서는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엔 가치 하락이 일본 경제의 뿌리인 수출에 효자 역할을 하게 됐고,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학수고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도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손 안대고 코 푼 격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BOJ의 통화정책이 시장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갖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상태인 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토로했고, 같은달 21일 통화정책 회의에서는 예상을 깨고 정책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엔 가치를 끌어내리려 할 때는 되레 값이 치솟고, 통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어야 할 정책 동결 이후에는 값이 떨어진 것이다.

시장 흐름이 중앙은행의 통제권 밖에 있음이 분명해졌다.

엔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통화완화,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가 펼쳐지면서 초기에는 약세흐름을 보였다.

본격적인 통화완화가 시작된 2013년에는 달러에 대해 18%, 2014년에는 12% 평가절하됐다.

그렇지만 이같은 흐름은 올들어 완전히 뒤집어졌다.

근본적으로는 구로다 총재가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통화완화 수단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시장의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지만 연초 중국발 세계 금융시장 혼란,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이 안전자산인 엔 수요를 자극하며 엔 가치를 끌어올렸다.

현재 엔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미국 경제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다.

미 경제지표 개선에 따른 12월 미 금리인상 전망이 엔 약세를 불렀다.

정책목표에는 좀 더 접근했지만 구로다 총재로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재팬의 금리전략가 오사키 슈이치는 "이번에는 해외요인이 BOJ를 돕고 있고, 엔을 끌어내렸다"면서 "BOJ는 지금 아무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 엔 전망에 대해서는 외환딜러들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JP모간은 엔이 현 수준에 근접한 달러당 103엔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미 대통령선거에 대한 불확실성, 연준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일 것이라는 점 때문에 달러당 94엔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골드만삭스는 BOJ가 계속해서 적극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달러당 108엔을 내다봤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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