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 가산점 부여 논란

파이낸셜뉴스       2016.10.09 17:44   수정 : 2016.10.09 17:44기사원문
“지역균형 발전” vs. “수도권 대학 출신 취업준비생 역차별
지원자 대부분 가점 항목 충족.. 1점차로 당락 결정 빈번
수도권 취준생 "능력外 요인으로 입사 기회 박탈 부당"
비수도권 취준생 "교육기회, 취업정보 부족해 가점 필요"

# 최근 A공단의 신입직원 채용전형 진행과정에서 지원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채용공고상 장애인, 보훈대상자뿐만 아니라 '지역인재'들에게도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가산점이 없으면 필기전형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역인재에 해당되지 않는 다수 지원자들은 "서류전형의 모든 조건을 충족해도 필기시험조차 볼 수 없었다"며 크게 반발했다. A공단 채용 관계자는 "1점으로도 당락이 결정돼 가점 여부가 크게 작용한다"며 "지역인재와 수도권 인재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크게 없는데도 정부 방침에 따라 누구는 기회를 얻지 못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사회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비수도권 인재 채용제도가 수도권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뜨겁다. 취업난으로 너도 나도 스펙을 쌓고 서류전형에서 자격증 등 가점을 포함해 만점을 받는 지원자가 많아졌다. 따라서 서류평가 합격선이 만점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인재들이 받는 가산점은 비수도권 지원자들의 합격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게 수도권 출신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회나 정보 등에서 불리한 지역인재들에게 국가가 어느 정도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반박한다.

■"서류전형 만점에도 필기 기회조차 없다니"

9일 기획재정부의 '2016년 공공기관 인력운영 추진계획'에 따르면 채용인원의 35%를 지역인재로 채용토록 하고 있다. 권고사항인 만큼 공공기관이 35%를 반드시 채워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용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비수도권지역 인재는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지방대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이전한 지역 출신 인재 채용이 권고된다.

이 같은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공공기관이 지역인재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A공단의 사례처럼 수도권대학 출신 지원자 일부가 서류전형 만점을 받고도 통과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서 수도권대학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도권대학 출신 취업준비생들은 능력과 다른 요인에 의해 입사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서울권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노모씨(25)는 공사와 공단 입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 중이다. 노씨는 "공단, 공사 지원자 대부분 본인이 지원하는 곳에서 제시하는 가점 항목(토익, 한국사) 등을 충족시켜 지원한다"며 "그러나 지역인재 가점의 경우 서울권대학 졸업자는 아예 취득이 불가능하고 채용과정에서 1점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잦아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털어놨다.

서울권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이모씨(26·여)도 2년째 공단 및 공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지방에 있는 공사나 공단은 지원해도 서울지역 공공기관과 달리 서류통과조차 잘 안된다"며 "2년간 준비하면서 가점이 될 만한 자격증을 다 따고 학점도 잘 관리해 서울의 공공기관은 서류전형에서 합격하는 경우가 많지만 채용인원이 더 많은 지방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취준생들 사이에 지역 가점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지방대학을 졸업한 지원자들은 공공기관에서 지방 인재를 우대해 형평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방 거점 국립대에 재학 중인 황모씨(27.여)는 "서울지역 대학생들은 이미 소위 '학벌'에서 우위를 가진 경우가 많고 취업정보나 교육 기회도 지방보다 많다"며 "수도권도 아니고 지방에 위치한 공공기관이라도 지역인재를 우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업정보, 교육 기회 적어 가점 필요"

인재의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인재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박모씨(27.여)는 "일반 기업에 지원하면 정량적 스펙이 모자라서인지 서류통과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공기관 입사를 준비 중"이라며 "서울권대학 학생보다 스펙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채용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나마 공공기관에서 지역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가점을 주는 것은 공정한 기회 부여 차원에서 맞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역차별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인재경영과 관계자는 "유관부서인 교육부, 국토교통부와 함께 제기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러나 지방인재 채용 권고 비율 수정 등은 기재부뿐만 아니라 국회 등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해 현재 명확한 대안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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