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 화풀이 말아야
파이낸셜뉴스
2017.01.05 17:05
수정 : 2017.01.05 22:29기사원문
2013년 영국의 테크시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버려진 창고와 오래된 공장이 즐비했다던 테크시티에는 당시에도 창업 열기가 가득했다. 테크시티의 장점은 싼 임대료. 초기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비싼 사무실 임대료 때문에 테크시티에 둥지를 튼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흐름을 잡아챘다.
영국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도 독일도 사실 세계 어느 나라도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창조경제'라는 정책 기조를 내세워 스타트업 창업을 본격 독려했다.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그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벤처기업 수는 3300개를 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혁신센터의 보육기업은 1700여개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은 지난해에만 4200억원을 웃돌았다. 한국에서도 창업 생태계의 싹이 자라나고 있는 셈이다.
무럭무럭 자랄 것만 같던 싹이 최근 꽃도 피기 전에 위협당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외풍이 불면서 창조경제라는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7년 전 세계는 창업 전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은 전통 제조업보다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밭을 일구는 것이 국가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조선, 해운과 같은 과거 주력산업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창업 생태계라는 새로운 밭에 씨앗을 뿌렸고, 이제야 막 싹을 틔웠다.
냉정하게 생각할 일이다.
국정농단 사태를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가 일으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열심히 일하는 스타트업들의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나.
정책의 이름은 창조경제가 아니어도 관계없다. 국정농단으로 화난 민심을 핑계로 괜한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화풀이 대상으로 몰고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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