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상법개정안 처리 공개 반대’ 이유는 "대주주 의결권 3% 제한땐 투기 자본 활개"

파이낸셜뉴스       2017.02.08 17:37   수정 : 2017.02.08 21:42기사원문
엘리엇 등 헤지펀드들 뭉쳐 편향된 감사 선임 등 부작용
기관투자가 감시 역할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제안

경제계가 2월 임시국회의 상법 개정안 처리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반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상법 개정안에 공식 대응을 자제했던 경제계가 막바지 입법 절차를 앞두고 행동에 나선 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장악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입법 시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 될 것"

8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단체를 대표해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국회 설득에 나선 건 2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입법 시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력이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상의는 이날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여야에 전달하면서 깊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상의 측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둑 잡으려 야간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기업 하기 가장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숨기지 않았다.

상의는 상법 개정안 가운데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 6개 항목을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이들 조항은 재벌개혁을 내세운 야권이 상법 개정안의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대표 등의 사외이사 의무선임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기업 규제들로 투기 자본이 활개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소액주주 보호장치라지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게 골자"라며 "만약 엘리엇 같은 헤지펀드들이 뭉쳐 자신들에게 유리한 감사를 선임하고 삼성전자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 역시 소규모 지분의 투기자본들이 뭉쳐 이사 1명을 선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 감시 역할 강화가 대안

재계는 무리한 입법 규제보다는 시장의 자율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상의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정착된 비결은 규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의 감시역할이었다"며 "지난해 말 우리나라도 기관투자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도입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뜻한다.

상의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의 시장감시 역할이 활성화되면 주총에서 의혹이 있는 안건들마저 일사천리로 통과되는 풍경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상장기업들도 주주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기관투자가들과 더 많이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우리도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고,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주요 이슈들도 하나씩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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