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후 넥슨 디렉터 "'어둠의 전설' 20돌, 추억 지킬 것"
파이낸셜뉴스
2017.04.17 20:13
수정 : 2017.04.17 20:13기사원문
"게임은 이제 추억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지켜주는 것도 게임회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보답이자 사회공헌이라고 봐요."
17일 경기 성남 판교 넥슨 사옥에서 만난 문채후 디렉터(사진)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 스스로의 인생도 멋지게 기획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게임의 이름은 '어둠의 전설'. 넥슨의 초기작인 '바람의 나라'와 넥슨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클래식 게임이다.
내년 20돌을 맞는 이 게임이 최근 화제가 된 이유는 '운영자의 컴백' 때문이다. 사실 이 게임은 지난 수년간 회사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데다 새 게임 개발과 관리로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관리에 손을 뗀 것. 불법 프로그램과 비매너 유저가 점점 늘었지만 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게임을 지켰다.
"언제 넥슨이 서비스를 종료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가 나돌던 올 초 넥슨은 "클래식 게임을 다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20년 된 추억의 게임이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자 옛 게임을 그리워하던 유저 수가 2~3배 증가했다. 이때 문 디렉터도 관리자로 돌아왔다.
한정된 인력으로 큰 수익이 안 되는 클래식 게임에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큰 수익을 바라지 않아요. 회사도 유저들이 게임을 지켜준 것에 큰 감동을 받았고,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위해 보답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생긴 거죠."
빠르고 간결한 게임이 대세이지만, 결과를 얻는 과정의 재미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유저가 많다는 게 문 디렉터의 생각이다. '어둠의 전설'이 '요즘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지금껏 수많은 게임에 참여했지만 그중에서도 문 디렉터는 '어둠의 전설'을 가장 아낀단다. "게임회사를 동경하던 사람인 제가 입사하고 신입으로 처음 맡게 된 게임이죠. 다른 설명이 필요한가요."
좋은 게임은 어떤 게임이냐는 질문에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간단하게 답한다. 그는 "PC가 대중화되기 전인 어릴 적에는 친구들끼리 여러 놀이를 하면서 보냈다"면서 "좋은 게임이란 일상의 무료함을 날릴 수 있는 즐거움과 재미가 있고, 어떤 형태로든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중장년층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련해선 "아쉽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한 게임에서 사람들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의학적 난제를 풀어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 적이 있어요. 이런 공익적인 게임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작게는 사랑받는 게임, 크게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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