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세금이다
파이낸셜뉴스
2017.11.15 16:56
수정 : 2017.11.15 16:56기사원문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베스트셀러 경제학 교과서로 유명한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하나다. '경제적 유인'을 발생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제도'도 그중 하나다.
제도는 일종의 사회적 약속이므로 '제약'을 동반한다. 만약 그 '제약'이 과도하거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에 순응하기보다는 회피하고자 한다. 지난 몇 주 동안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던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절세행위도 그런 회피 노력이나 다름없다. 큰돈이 오가는 경제행위를 스스로 결정했을 리가 만무한 홍 후보자의 미성년 자녀가 차용증을 쓸 정도면 이는 상당히 공격적인 절세행위다.
세금에 관해 우리나라는 국제적 추세와 반대로 간다. 세계 각국은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고 상속세도 여러 선진국에서 폐지하고 있다. 스웨덴,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이 2000년대 들어 상속세를 폐지했다. 좀 더 시기를 거슬러 가면 캐나다, 호주 등은 이미 1970년대에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구호에 주눅이 들어 상속세 인하 논의가 활발하지 않지만 고율의 상속세는 부의 재분배 효과도 거의 없으면서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우선 높은 상속세는 많은 국민과 기업들로 하여금 세금회피를 위한 편법을 찾는 데 골몰하게 만든다. 이는 우리 사회의 자존감을 떨어지게 만든다. 더 중요한 것은 높은 상속세는 자본축적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만약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재산의 많은 부분이 국가에 귀속될 경우 사람들은 자본을 축적할 유인이 없어진다. 저축하고, 투자하고 그리고 기업을 일구고 하는 등 일련의 자본축적 행위의 유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근래 들어 여러 나라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혹한 세금에 순응하는 사람은 드물다. 달리 말하면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많은 '내로남불'을 보게 될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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