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용품업계 '미다스 손' (주)카네 신재호 회장

파이낸셜뉴스       2018.02.08 07:57   수정 : 2018.02.08 15:18기사원문

청운의 꿈을 안고 1984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학비를 보태기 위해 그 이듬해부터 골프샵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천직이 됐다.

올해로 33년째 골프 비지니스를 하고 있는 (주)카네 신재호(58)회장이다. 신 회장은 골프 용품업계에서는 '미다스 손'으로 불린다. 2004년 클리브랜드골프를 시작으로 2006년 에코 골프화, 2012년 레이저 거리 측정기 부쉬넬, 2015년 세계적인 피팅 전문 업체 쿨클럽스, 2016년 프리미엄 골프클럽 PXG, 그리고 작년 하반기 골프웨어 PXG어패럴 등 그가 손대는 브랜드마다 성공을 거뒀거나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성공 비결과 골프 철학에 대해 들어 보았다.

신 회장이 골프 비지니스에서 성공한 결정적 원동력은 다름아닌 그 스스로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골프 마니아'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골프에 미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물다섯살 때 선친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한 신 회장은 핸디캡4의 수준급 골퍼다. 한참 물이 오를 때는 타이거 우즈와 내기를 해서 1달러를 딴 적이 있을 정도다.

골프샵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순전히 골프가 좋아서다. 본격적으로 골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샵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급기야 1994년에 미국 전역에 14개 매장을 보유한 뉴욕골프그룹 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그 기간은 신 회장이 골프 비지니스를 하는데 있어 아주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글로벌 골프 용품 메이커 경영자 및 개발자들과 많은 교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인맥은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아직도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많은 미국 브랜드들이 신 회장의 자문을 구하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골프 비지니스를 했던 그가 국내로 무대를 옮긴 것은 오로지 '제대로된 골프 용품을 국내 골퍼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일념에서였다. 현재는 일본 던롭에 판권을 넘긴 그의 국내 데뷔작 클리브랜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특히 웨지는 국내 골퍼 중 십중팔구는 들고 다녔을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 그 성공 비결은 그가 유통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제조자에 버금갈 정도로 클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만큼 제품을 보는 안목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2012년에 들여온 부쉬넬만도 해도 그렇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 레이저 거리측정기 시장은 전무했다. 그런데 그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현재는 순수 국산 브랜드 등 대략 10여개의 업체가 난립할 정도다. 부쉬넬은 레이저 거리 측정기 부문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7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간 2만개가 넘게 판매된다. 단일 시장 규모로는 미국 다음이다. 그런 여파로 잠재적 거대시장인 중국 시장 사업권도 획득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수 년전에 잘나가던 에코 골프화 판권마저 넘긴 신 회장이 최근 들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브랜드는 PXG다. PXG는 자산가 밥 파슨스(미국)의 막대한 자본력을 토대로 탄생해 2015년 1월1일 미국에서 론칭한 프리미엄 클럽이다. 신 회장이 이 클럽을 만난 것도 하나의 스토리다. 피팅 업체인 쿨클럽스 코리아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인연이 됐던 것. 피팅 판매를 기반으로 한 PXG는 쿨클럽스를 통해서만 판매됐는데 쿨클럽스 코리아가 설립된 후 한국에서도 자연스럽게 유통되기 시작했다. PXG 클럽을 국내에서도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른바 '클럽덕후'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그 소식은 파슨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역시 선수는 선수를 알아봤다. 파슨스 회장은 신 회장을 처음 만난 뒤 곧장 자신의 첫 번째 해외 파트너로 손을 잡았다. 한국이 단일 시장으로 세계 3대 골프용품유통시장이다는 점도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지만 신 회장에 대한 신뢰가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파슨스 회장의 기대에 부응해 신 회장은 짧은 기간에 PXG를 국내 시장에 연착륙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파슨스 회장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일본을 맡아 달라고 간청했다. PXG가 일본시장에서 이른바 골프 용품 '국수주의' 벽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본 골프장 사업 회사인 도쿄클래식과 합자회사 JMC golf를 설립, 도쿄 롯폰기에 PXG 매장을 오픈했다.

신 회장의 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0월 PXG론칭 1주년 토크쇼에서 “PXG는 골프 용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하이앤드 골프용품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PXG어패럴이다. 그는 의류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일 PXG 골프 의류 전문 자회사인 로저나인을 설립했다.

로저나인이 생산한 의류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달고 PXG 본사가 있는 미국에 역수출하고 있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에 PXG 의류를 역수출하게 되므로써 카네는 미국 본사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갖추게 됐다. 신 회장은 “의류 생산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기 때문에 소재는 물론 실 배합 하나하나까지 까다로운 품질 관리를 거친다”며 “미국 본사도 한국산 제품의 품질에 만족해 공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작년 10월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에 있는 에비뉴엘에 PXG 1호점을 오픈했다. 1호점의 매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자 롯데백화점 부산에 2호점,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총 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신 회장은 "올해 16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하고 내년에 20개를 더 확충해 총 45개 매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에는 일본 의류 시장에도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물론 아시아 총판권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오는 4월 일본에서 아시아 시장 유통 관계자들을 대상으로한 컨벤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골프 비지니스를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역지사지'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시말해 철저하게 소비자 입장이 되는 것이다. 신 회장이 미국내 골프장 600~700개소, 국내 골프장 150개소 등 전 세계 다양한 종류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것, 우즈 등 많은 PGA투어 프로들과 친분을 쌓은 것, 그리고 캘러웨이와 테일러메이드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제품 고문역을 맡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가 골프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다름아닌 '관계'다. 신 회장은 "골프는 나와의 관계, 그리고 동반자와의 관계다. 나와의 관계는 스스로 엄격해야 된다는 뜻이다. 또 플레이 도중 일어나는 상황을 내 인생에 개입시켜야 한다"며 "동반자와의 관계에선 동반자는 인생의 파트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템포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동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다"고 말한다. 그가 골프 비지니스에서 성공한 가장 근본적 이유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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