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가·지도자에 가려진… '보통 사람' 김구를 말하다

파이낸셜뉴스       2018.07.04 17:10   수정 : 2018.07.04 17:10기사원문
백범 묻다, 김구 답하다 김형오 / 아르테
올해 백범 서거 69주기, 김형오 전 국회의장 3년 걸쳐 문답식 구성 '백범일지' 펴내
자신의 실수까지 진솔하게 고백..인간적인 김구의 모습도 서술







우리나라 국민 중에 백범 김구(1876~1949·사진)를 모르는 이가 과연 있을까. 엄혹한 일제강점기, 오직 조국의 독립이라는 목표 아래 파란만장한 세월을 살아낸 그는 우리나라 위인 중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자, 가장 존경받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백범 김구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수없이 넘나들며 치열하고 극적으로 살다 간 인물도 드물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싸우며 힘겨운 망명 생활을 견디고, 해방 후 고국에 돌아와서는 통일 한국을 이룩하기 위해 투쟁을 계속하다 흉탄에 맞아 생을 마감한 민족의 지도자이자 영원한 투사가 그다.

이 책은 김구가 세상을 떠난지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판본과 해설서를 통해 널리 읽히는 '백범일지'를 쉽고 간결한 문체와 깊고 풍부한 이야기, 문답식 구성을 통해 새롭게 풀어낸 책이다. 특히 기존의 평전과 달리 저자의 통찰력을 더해 김구의 말과 글을 풀어냈다는 점이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백범일지'는 힘겹게 살아낸 투쟁의 삶을 회고하는 김구 개인의 자서전이자 항일 독립운동의 기록이며, 역경과 질곡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에 대한 증언이다. 한편으로는 나라에 헌신하느라 떨어져 지냈던 가족에 남기는 유서를 대신해 쓴 글이자 민족에 바치는 당부의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역사학자도, 백범 김구 전문 연구자도 아니기에, 오히려 '보통사람'의 마음으로 그의 생애를 바라봤다. 지난 3년간 효창원 백범 묘소와 백범 좌상을 거의 매일같이 마주하며 그의 삶과 사상, 시대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오래 고심하고 공을 들였다고 한다.

아직도 '흰 호랑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김구의 호 '백범(白凡)'은 '평범한 백성' 즉 '보통 사람'을 의미한다. 이 책이 보통 사람들의 질문에 김구가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범일지'의 내용을 낱낱이 풀어헤쳐 유형별로 묶은 뒤 총 60개의 질문과 답, 덧붙인 해설을 9개의 장으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백범 김구는 어떤 이였을까. 김구는 임시정부를 이끈 민족의 지도자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지만 실제 그의 삶은 그 외에도 수많은 변곡점을 거쳤다. 이 책에는 황해도 시골 '상놈 집안'에서 태어난 개구쟁이 소년의 일화부터 동학의 '아기 접주'로 명성을 날렸으나 결국 실패한 청년기의 좌절과 경험,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를 복수하기 위해 일본 장교를 살해한 뒤 이어진 옥살이와 탈옥 후의 유랑 시기, 임시정부 경무국장으로 온갖 궂은 일을 맡아 처리해야 했던 긴 중국 망명 시절에 이르기까지 70여년 김구 생애의 중요한 순간들을 짚어준다. 이를 통해 혁명가, 독립운동가로서의 판단력과 문제해결력, 리더십을 키워간 과정과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도 함께 읽을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배고픔과 외로움 같은 본능적인 어려움은 물론 자신이 저질렀던 부끄러운 실수와 생각까지도 숨김없이 고백하는 진솔하고 더없이 인간적인 매력도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은 현재, 이 시간에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저자는 "세월이 흐를수록 백범은 더욱더 그리운 이름, 절실해지는 얼굴이다. 늘 푸르게 깨어 있고, 서늘하게 살아 숨 쉬는 얼과 혼이다. 이 책은 그런 선생과 '백범일지'에 바치는 나의 헌사"라고 고백했다.
특히 "스스로 어렵고 힘겨운 일에 부닥치면 '이럴 때 김구 선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하며 답을 찾으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았으며 어떤 어려움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냈던 김구의 올곧은 정신과 신념은 그의 서거 69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울림과 가르침을 준다. 특히 그가 평생 염원했던 조국의 완전한 독립, 통일 한국은 아직 찾아오지 않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이 시점에서 더욱 읽어볼 가치가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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