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보낸 몸 사진, 유포시 성폭력 처벌 어려워
파이낸셜뉴스
2018.08.13 10:44
수정 : 2018.08.13 14:00기사원문
-스스로 찍은 몸 사진 유포해도, 성폭력처벌 어려워
-성폭력 피해자에 해당 안 돼, 국선변호사 선임 못해
-관련 법안 다수지만 국회 계류
“나만 볼 거다. 착하다”
2016년 A씨는 고등학교 때 연인 한양대생 B씨에게 스스로 찍은 몸 사진(누드셀카)을 보냈다. B씨는 자신을 계속 만나고 싶으면 사진을 더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둘 관계가 끝난 후 B씨가 사진을 제3자에게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시 가정과 친구관계에서 힘든 일을 겪으며 B씨를 의지했다. B씨는 처음 저를 위로해줬는데 나중에는 욕설을 하고 사진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에 떤다”고 괴로워했다.
A씨는 B씨를 고소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본인이 찍은 사진을 유포한 경우 성폭력 처벌된 판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로만 들렸다”고 전했다. 올해 1월 한양대 반성폭력 모임 월담은 A씨 상담을 접수해 B씨를 대학 인권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오는 14일 한양대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온다.
■연인관계 누드셀카 요구, 협박으로 되돌아와
13일 피해자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연인의 끈질긴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누드셀카를 보냈지만 결국 협박으로 되돌아 온다. 연인 관계가 끝났지만 허락도 없이 자신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기도 한다. 사진이 떠돌면 피해자는 공포에 떨지만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상 처벌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문제는 현행법상 누드셀카를 유포해도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찍어서 전달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박선영 변호사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는 다른 사람 신체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것을 범죄 구성요건으로 본다”며 “누드셀카는 본인이 촬영한 사진으로 간주돼 상대가 유포할 경우 정보통신망법 음란물유포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누드셀카를 유포해도 성폭력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이 낮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망법 음란물유포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반면 성폭력처벌법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 형이 더 무겁다.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미성년자 성폭력 상담 중 이성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 유포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디지털 기술이 앞서가 피해자가 느는데 법과 제도는 뒤처진다”고 우려했다.
■"국선변호사도 지원 받기 어려워"
누드셀카가 유포돼도 성폭력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처벌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법무부는 누드셀카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사 조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폭력처벌법에 해당하는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아 법을 확대해석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성폭력 일환으로 판결을 내릴 수 없다. 김현아 법무법인GL 변호사는 “재판부는 누드셀카를 유포한 사람에게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진선미 의원 등 12명이 “본인이 본인 신체 촬영한 촬영물 유포 처벌”을 명시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는 “연인이 서로 촬영물을 공유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사적인 성생활에 제3자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며 “그러나 촬영물이 동의 없이 유포되는 순간, 사이버성폭력 피해촬영물이 돼 큰 타격을 준다. 유포되는 시점부터는 제도 개입을 통한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법 개정을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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