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불법적 행위 대기업 총수 경영권 정조준'...."국민연금 주주권 강화하라"

파이낸셜뉴스       2019.01.23 22:47   수정 : 2019.08.25 13:54기사원문
靑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 개최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 
국회에서 공정경제 법안 대거 대기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약관 개정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을 공정경제의 '칼'로 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불법적 행위를 저지르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을 정조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기업 불·탈법 경영 '정조준'

문 대통령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 발언은 이날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첫 회의에 이어 약 두 달 만에 열린 것으로,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송기헌 법사위 여당 간사 등을 초청한 건 현재 국회에 대거 계류 중인 공정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당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대주주 일가를 향한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를 언급하며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지난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된 것으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기업의 재산을 마치 '집사(Steward)처럼 관리해야 한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연기금·기관투자가들의 주주권 강화를 골자로 한다. 현재까지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도,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되어야 이룰 수 있다"며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지난해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 결과 "자산 10조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2017년 9월 93개에서 2018년 12월 5개로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또 "법무부는 대기업 위법사례에 대해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을 상대로 한 3건의 소송을 포함해 입찰담합 소송 25건을 제기해서 44억원을 환수하는 실적을 올렸다"며 "사상 최초의 성과"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경제를 향한 '칼'들이 대거 법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기업 소유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野 연금사회주의 우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극 행사를 사실상 지시한 만큼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대기업들엔 그야말로 비상이 걸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첫 대상은 한진 조양호 회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최근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적용,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상태다. 이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까지 가세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2대 주주(11.56%)이자 한진칼의 3대 주주(7.34%)다. KCGI는 한진칼(10.71%)과 한진(8.03%)의 2대 주주다. 조 회장으로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표대결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대해 "상당히 걱정스러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며 "주주권 행사에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스튜어드십코드 행사는 결국 주주권 행사가 아니라 연금사회주의로 흐르는 징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 연석회의에서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보여 운영의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데도 반재벌·반기업 정서를 이용해 급진적인 이념을 추진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회의 결과, 올해는 특히 '국민체감형 공정경제'과제를 발굴·추진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보험약관 개정이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나중에 피해를 입고 나면 그때 비로소 어디엔가 숨어있는 약관 때문에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중을 상대로 하는 약관들은 만들어지는 대로 늘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또는 직권으로라도 다 입수를 해서 공정위, 금융위 등이 법무부, 소비자보호원, 또는 소비자보호단체 등과 협업해 하나하나 고쳐나가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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