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주지훈 "'궁' 욕 먹으며 연기…귀엽고 애달파"
뉴스1
2019.02.13 14:30
수정 : 2019.02.13 14:30기사원문
올해도 주지훈의 해다.
주지훈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지난 1월 공개한 드라마 '킹덤'(극본 김은희/연출 김성훈)에서 왕세자 이창 역할을 맡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킹덤'은 조선판 좀비물 장르로, 주지훈은 색다른 장르물 위에서 또 한 번 연기적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맡은 왕세자 이창은 역병을 가장 먼저 목격하고 그 근원을 찾는 인물. 자신과 왕권을 위해서만 움직였던 그가 점차 진정한 의미의 리더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성장극을 보는 또 다른 재미까지 선사한다.
주지훈은 '킹덤' 시즌1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것에 이어 MBC 드라마 '아이템'또 '킹덤' 시즌2까지 그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열었다. 지난 12일 '킹덤' 공개 기념 인터뷰를 위해 만난 주지훈은 연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MBC 드라마 '궁'부터,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배우 주지훈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다음은 주지훈과 일문일답.
<[N인터뷰]②에 이어>
-주지훈의 원동력은 뭔가.
▶재미가 있다. 모든 게 감사하고 행운이다. 너무 좋은 작품들을 받아서 안 할 이유가 없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궁'으로 시작해서 그때 많이 사랑도 받았는데 청춘물을 더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충실히 하고 싶다. 체력이 아직 허락한다.
-요즘 데뷔작 '궁'은 돌아보자면 어떤가.
▶원래는 채널 돌리다가 재방송 나오면 쑥스러워서 못 봤다. 그땐 내가 너무 촌스럽고 부족했다. 13년 전인데 사실 누구도 촌스럽지 않은 사람이 없을 거다. (웃음) '내가 왜 그랬지' 부정하면서 살다가, 어느 순간 그때 나를 인정한 후에는 좋은 의미로 풋풋하고 귀엽게 보였다. 잔주름이 하나도 없더라. 그땐 내가 어른인 줄 알았다. 한편으로는 애달팠다. 아무 것도 모르게 현장에 혼자 뚝 떨어져 있던 때다. 그때는 정말 욕 먹으면서 연기했다.
-모델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연기를 한 거였다. 무슨 생각으로 연기에 도전했었나.
▶당시 매니저가 황인뢰 감독님을 알고 있어서, 사무실에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더라. 난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빨랐다. (웃음) 오디션인지 물었는데 '너 누군지도 모르니까 인사나 해'라고 하더라. 그러다가 '연기 한 번 해봐' 상황이 됐다. 내가 난색을 표했는데, 그게 귀여웠나 보다. 당시 모델일을 하면서 연기학원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유령'에서 정우성 형의 대사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걸로 연기를 했다. 언제 눈을 감는지 숨을 쉬는지 모르니까 연기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감정연기라고 생각하셨을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MBC 한뼘드라마를 기획하면서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고 하더라. 운이 좋았다. '궁'은 그렇게 갑자기 출연했는데 너무 무서워서 한 3주는 안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킹덤'에서 만난 영신(김성규 분)에게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영신 역할이 관객을 흔드는 역할이다. 글(대본) 자체가 영신이 잘 보인다. 그런 건 배우에게 큰 행운이다. 처음부터 성규에게 '역할이 좋으니 네가 잘 해내면 엄청 좋은 기회가 될 거다'라고 했다. 멘탈 케어도 많이 해줬다.
-예를 들자면.
▶포항에서 5시간 정도 걸어다니면서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성규가 '카메라 앞이 어렵고 무섭다'길래, '네 선택으로 여기까지 온 건데, 무섭다고 안 할 거냐. 고민하지 말고 하라'고 했다. 순간 현기증이 오더라. 사람마다 보호기제가 있는데, 그때 나를 보호하고 있는 기제를 느꼈다. 나는 그동안 '그냥 하는 거죠. 어쩔 수 없잖아요'라면서 임했는데, 그게 내 스트레스를 보호하기 위한 막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은 연기를 할 때 '액션' 직전까지 수많은 생각들과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표현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이지 않나. 그때 나 스스로 나를 위한 AS와 휴식을 잘 취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니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거나 말을 못 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방법을 찾기도 한다.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하면서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거나 기복이 있을 수 있는데, 마인드 콘트롤을 어떻게 하나.
▶명확하게도, 내게 축복처럼 좋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다. 참 신기한 경험인데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너무 더워요'라고 했을 때 누가 '더워서 짜증나'라고 하면 짜증난다. 그때 '오랜만에 땀 흘리고 좋지'라고 하면 진짜 좋은 기분이 든다. 갑자기 노폐물도 빠져 나가는 것 같고, 좋다.(웃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많은 것이 변화했다. 그런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더욱 더 사랑을 베풀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쓰고 있다. 사실 다들 바쁘고 귀찮을 수도 있는 일들이 많은데 서로 챙겨주고 사랑하면서 보완하는 것 같다.
-주지훈은 이런 면에서 좋은 배우라고 스스로 말해본다면.
▶굳이 하나를 꼽자면 유연함인 것 같다. 되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주지훈은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질문도 있었다. 선배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내가 뭐라도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좋다고 달려들었던 거다. 좋게 말하면 유연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는 거겠지.(웃음)
-데뷔하고 지금 대중적인 호감도가 최고인 것 같다. 인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몇년 후에 생각이 바뀔 수 있지만, 지금은 그저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궁' 때는 무겁고 버겁고 무서웠다. 대처 방법 자체를 몰랐다. 누가 현장에 왔다고 해도 연기하기 바빠서 인사도 못 했고, 인사를 하면 연기를 놓쳤다. 지금은 경력과 시간이 쌓여서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마음을 표현할 줄도 알고 연기에 집중할 포인트도 찾았다. 인기란 내가 원한다고 오지도 않고 가란다고 가지도 않다. 또 가지 말라고 해도 간다. (웃음) 점점 진심으로 고마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내 일을 열심히 하면 좋게 봐줄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까 열심히 하게 된다. 신인시절, 선배들이 인터뷰에서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던 말이 조금씩 피부에 와닿는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