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값 1500억…교육부-교육청 '신경전'
파이낸셜뉴스
2019.05.21 16:49
수정 : 2019.05.22 10:49기사원문
5년전 책값 강제 인하 '부메랑'
교육부, 출판사 소송서 결국 패소.. 검인정교과서協 은 "차액 달라"
문제는 고등학교 교과서 대금
원칙적으로는 학부모 부담이지만 당시 학생들 졸업해 추징 힘들어.. 교육청과 나눠내는 방안 찾을듯
교육부가 최근 교과서 제작 출판사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가운데 차액지급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2014년 출판사들의 초등·고등 교과서 가격 인상에 대해 가격인하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1500억원의 차액을 지급할 처지에 놓인 것. 특히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차액 지급 여부를 놓고 교육부와 교육청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2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는 이달 초 교육부를 상대로 교과서 대금 차액인 1500억원을 청구했다.
해당 소송의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양질의 교과서를 만들도록 출판사 간 경쟁을 붙였고 이후 교과서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 정부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학부모 부담도 늘자 정부는 가격을 낮추도록 출판사들을 압박했다. 지난 2014년 3월 출판사들이 전년도보다 교과서 가격을 73% 인상하려고 하자 교육부가 가격 인하 명령을 내렸다. 초등학교 교과서는 34.8%, 고교 교과서는 44.4%를 낮추도록 했다.
당시 동아출판과 와이비엠, 대학서림 등 교과서 출판사들은 가격조정 명령의 효력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교육부가 일부 패소했지만, 지난 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교육부가 실제로 부당한 가격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격 조정 명령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전부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출판사들도 교육부에 교과서 대금 차액 및 지연이자를 포함한 1500억원을 청구하면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금액이 더 늘어날 우려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17개 출판사에 대한 판결만 나왔고, 아직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소송건도 여럿 남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다만 통상적으로 매년 가격협상을 통해 일부 인하를 유도해온 만큼 출판사들과 정확한 지급액수를 다시 협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법원 결정은 행정명령 취소이지 당시 출판사의 가격을 다 주라고 한 것은 아니다"며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꾸린 공동협상단이 출판사와 적정한 가격을 조정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대금 지급 놓고 교육부-교육청 갈등 조짐
이와 별도로 대금 지급과 관련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간에도 갈등의 소지가 존재한다. 초등 교과서의 경우 의무교육이자 시·도교육청 소관이라는 점에서 17개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
교육부가 당초 무리하게 가격조정 명령을 내렸고 시·도교육청들은 이에 따랐을 뿐이니 국고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더 큰 문제다. 고등학교 교과서 차액대금의 경우 원론적으로는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 학부모 부담 경감을 위해 가격을 인하했고, 그 결과 학부모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전 당시 고등학생들은 이미 졸업한 만큼 현실적으로 차액 대금을 추징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교육부와 교육청이 서로 얼마만큼 부담할 지 고민 중에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은 의무교육이다보니 교부금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지만 고등학교 부분이 문제가 된다"며 "2014~2015년 가격조정당시 학생은 졸업했다는 점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얼마만큼 부담할 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