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전·마약소굴' 메데진의 변신…케이블카가 불러온 평화

뉴시스       2019.07.13 14:40   수정 : 2019.07.19 16:42기사원문
고지대 빈민가 '산토도밍고 지역'에 설치·운영 메트로케이블, 총 길이 9.37㎞…세계최초 구현 시간 당 3000명 정도 수송…1회권 740원 정도 이동 편의성 높이고 사회통합 효과, 평화 상징

【메데진(콜롬비아)=뉴시스】배민욱 기자 = 콜롬비아 메데진 산토도밍고 지역에서 메트로케이블가 이동하고 있다. 2019.07.12. mkbae@newsis.com
【메데진(콜롬비아)=뉴시스】배민욱 기자 = 콜롬비아 메데진은 악명 높은 이미지로 유명하다. 1970~1980년대 중남미를 떨게 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떠오른다.

빈민가, 총성, 폭력, 죽음 등의 이미지가 강하다.

안데스 산맥 고지대 산비탈에는 빈민가도 있다. 지대가 높은 탓에 이곳 주민들은 도심에 나가기도 쉽지 않았다. 내전으로 민병대간의 총성과 마약 등 범죄조직으로 메데진에는 폭력과 죽음의 이미지가 늘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메데진에는 더 이상 어두운 그림자는 거의 사라진 듯하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바로 '케이블카'였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다.

메데진 북동쪽 고지대에 위치한 산토도밍고가 대표적이다. 범죄의 온상이었던 산동네 빈민촌이 도시재생 혁신의 아이콘으로 탈바꿈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산토도밍고 지역은 지난 2004년 언덕 위 빈민촌 거주자를 위해 도심과 마을을 공중 케이블카로 연결한 '메트로케이블 시스템'(총 길이 9.37㎞)을 구현한 세계 최초 사례다. 현재 6개 라인이 운행되고 있다. 지하철과도 연결된다.

6개 라인 가운데 케이블카 노선은 5개다. K라인으로 불린다. 아쎄베도역~안달루시아역~산도도밍고역으로 구성돼 있다. 보통 장거장별로 5분에서 9분 사이의 시간이 소요된다.

1회권은 2300페소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740원 정도다. 하루에 18시간 운행된다. 나머지 1개는 L라인이라고 불리는 관광노선이다. 종착역인 산토도밍고에서 갈아타면 된다. 산 너머에 아비 생태공원까지 가볼 수 있다. K라인보다 L라인의 케이블카가 속도가 더 빠르다.

케이블카 1대의 정원은 10명이다. 수송 인원은 현재 시간당 3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현지시간) 아쎄베도역에는 수많은 케이블카들이 쉴 새 없이 상·하행선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실어 나르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해발 1396m 아쎄베도역에서 해발 1548m의 안달루시아역까지 케이블카는 5분만에 산비탈을 가뿐히 올라갔다. 아쎄베도역 아래쪽에는 바로 지하철로 연결돼 주민들이 케이블카와 지하철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게 돼 있었다. 안달루시아역에서 해발 1812m의 산토도밍고역까지는 9분이 걸렸다. 종점까지 이동하는 동안 케이블카는 좌우로 큰 흔들림 없이 안정감 있게 차분하게 움직였다.

케이블카를 타면서 본 산토도밍고 지역은 가건물 등의 집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케이블카 없이 이동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메데진시의 인구 60%가 이런 산자락에 살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카의 운용은 관광객 유치라는 효과도 있지만 주민들의 이동편의를 보장해준다는 의미도 있다.

과거 총격전과 범죄도시로 유명세를 떨쳤던 이곳은 지난 2004년 변화의 조짐을 맞았다. 당시 세르히오 파하르도 메데진 시장이 케이블카를 개통한 이후부터다.

민병대가 제대과정을 통해 해체되고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본격화 됐다. 또 케이블카가 개통되고 3년 뒤인 2007년에나 527명에 달하는 민병대원들의 제대가 완료됐다.

【메데진(콜롬비아)=뉴시스】배민욱 기자 = 콜롬비아 메데진 산토도밍고 지역에서 메트로케이블가 이동하고 있다. 2019.07.12. mkbae@newsis.com
케이블카 노선이 완성되면서 경찰이 들어왔고 도심 사람들,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왕래가 가능하게 되면서 활기찬 동네를 만들 수 있게 됐고 범죄를 줄일 수 있는 요소도 됐다. 예전의 악명 높은 이미지를 벗고 '평화'를 불러온 것은 케이블카의 역할이 컸다.

고지대 주민의 이동 편의성을 높인 것은 물론 경찰서, 주택, 공공공간 등이 확충되면서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공중 케이블카가 간선도로와 달동네를 연결하는 사회통합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평화의 상징물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또 지역 공동체 사이에 존재했던 분열을 해결하기 위한 앵커시설로 지어진 '레온 데 그레이프 도서관 공원'은 산토도밍고 지역 도시재생의 기폭제가 됐다.

레온 데 그레이프 도서관 공원은 분열을 해결하기 위한 도시재생 방안으로 마련된 도서관이다. 메데진시의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로 지어진 5개 도서관 공원 중 하나다.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커뮤니티센터와 도서관, 전시·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노후 주거지에 문화·교육시설 등 생활SOC(사회간접자본)를 마련해 지역재생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갈등·분열을 일으켜온 지역을 연결한 '평화의 다리'는 계획부터 공사과정에 양 지역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사회통합을 이뤄냈다.

평화의 다리는 개울이 지나는 가파른 협곡에 놓여졌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양측의 민병대들이 격렬하게 싸우며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온 지역을 도시재생으로 통합시킨 사례다.


라틴아메리카 최대 민물 수족관을 비롯해 어린이들이 다양한 과학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인 '엑스플로라 전시관 공원'과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시설인 '모라비아 문화발전 센터'는 산토도밍고 지역의 중요한 생활SOC다.

엑스플로라 전시관 공원은 과학기술 교육을 위한 지식재생센터 역할을 하는 엑스플로라 전시관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과학 체험공간과 전시장,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민물 수족관 시설 등 교육 관련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산토도밍고 일대의 이런 도시재생으로 지역의 사회통합 효과가 나타났고 그 탁월한 성과로 메데진은 지난 2016년 도시행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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