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로 쇳덩어리 다듬고 자른다… 포스코의 '최첨단 심장'
파이낸셜뉴스
2019.07.30 18:20
수정 : 2019.07.30 20:21기사원문
다보스가 꼽은 국내 첫 '등대공장' 포스코 제2열연공장
세계 첫 인공지능 접목한 제조시설
수년간 쌓인 데이터 스스로 학습
조업자간 품질편차 줄고 비용 절감
여름 한낮 기온인 30도에 쇳덩어리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합쳐져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심장인 제2열연공장. 슬라브(사각형 모양의 쇠덩어리)를 다듬어서 가공하기 쉬운 코일 형태로 만드는 공장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단순한 철강공장처럼 보이지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제조시설에 접목 시킨 최첨단 IT공장이다. 이 공장이 다보스포럼이 선정한 국내 최초의 등대공장이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듯,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적극 도입해 제조업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는 공장을 말한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등대공장으로 등재된 곳은 지멘스, BMW, 존슨앤존슨, 폭스콘 등 16개에 불과하다.
포항 2열연공장의 길이는 1㎞다. 절반은 생산 공정이고 절반은 검수하고 코일을 쌓아놓는 공간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6년 이 공장을 스마트팩토리 모델 공장으로 선정하고 다양한 AI기술을 공정에 접목시켜 성공을 거뒀다. 김상윤 생산전략실 철강설비기획그룹장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직접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정의 결정까지 내리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2열연 공장에는 크게 세 부분에서 AI기술이 적용됐다. 가열로와 다듬질 공정, 그리고 다듬질 전 공정인 크롭(Crop) 자동 절사다. 제강공정에서 생산된 슬라브는 열연 공장의 첫 단계인 가열로로 넘어온다. 2열연 공장의 4개의 가열로에서는 하루에 700개의 슬라브를 다듬는다. 서민교 열연부 리더는 "소재와 슬라브 상태에 따라 가열로 온도가 달라지는데 과거에는 가열로 운전자들의 숙련도에 의해 수동으로 온도를 맞췄지만 이제는 수십개의 센서와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직접 온도를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조업자간 품질 편차가 줄어들었고 에너지 투입량이 2% 감소해 연간 10억원 넘는 비용을 절약했다.
가열로에서 고온으로 가열된 슬라브는 사상압연(다듬질 압연)으로 가기 전 단계인 슬라브 크롭 절사 공정을 거친다. 빨갛게 달권진 슬라브가 수십미터의 레일과 압연기를 통과하면서 발생한 선미단부의 불량부위를 절사하는 작업이다. 이때도 AI가 적용된다. 서 리더는 "슬라브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서 슬라브의 앞부분과 뒷부분에 불균형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를 예전에는 작업자들이 직접 절사했다"며 "지금은 최적화된 절사지점을 AI가 스스로 판단해 자동절사함으로써 제품의 손실을 과거대비 약 30%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다듬질 공정에서는 조업자들이 수년간 작업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정밀성을 한 단계 올렸다. 고객사가 요구한 대로 정교하게 제품을 만드는 공정인 다듬질 공정에서는 7개의 압연기가 압연량을 조절해 제품을 생산한다. 조업자들의 수동 개입률이 과거 10% 이상에서 지금은 1%대로 줄었다.
■세계 최고 AI 기반 제조업
포스코의 이런 노력은 다보스 포럼의 등대공장 선정으로 이어졌다. 포스코는 열연공장에 접목된 AI뿐 아니라 스마트고로, 인공지능 기반 도금량 제어에도 AI를 적용했다. 이 중 일부는 국가 핵심기술로 선정돼 관리를 받고 있다. 이덕만 공정엔지니어링 연구소 제어계측연구그룹장은 "실제 AI가 제조업에 적용된 사례는 전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다보스포럼 역시 등대공장 실사를 왔을 때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굉장히 많이 보였고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포스코는 최근 몇 년간 자동화를 뛰어 넘어 AI, 빅데이터 등을 접목해 인공지능이 자동제어를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그 일환으로 2년 전에는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포항제철소 내 32개 공장에 설치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통해 얻어진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하는 곳이다. 김상윤 그룹장은 "데이터센터에 모아진 공장의 각종 정보들은 소프트웨어인 포스프레임(포스코 고유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에 축적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생산 환경을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그룹장은 "현재 스마트 공장의 최종 단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포스코는 새로운 IT 기술들을 생산공정에 접목하는 과제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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