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불매운동,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사실일까
뉴스1
2019.08.07 14:35
수정 : 2019.08.07 14:35기사원문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1순위 ㅣ일본 브랜드로 분류되고 있다. 2019.8.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일본의 우익들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이렇게 평가 절하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주요 기업 임원, 유력 일간지 기자도 한국의 불매운동을 놓고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말해 국내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죠.
다른 무엇은 일단 제쳐두겠습니다. 한국의 불매운동이 과연 과소평가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약 1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실제로 매번 실패했던 걸까요? 바로 들어가 살펴보겠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민족 자긍심' 활활…'조선물산장려운동'
흔히 최초의 일제 불매운동으로 '조선물산장려운동((朝鮮物産奬勵運動)'을 꼽습니다. 백과사전에선 '1920년대 초부터 1930년대 말까지 한민족이 거국적으로 진행한 경제 자립 운동'이라고 설명하고 있지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해 지배하던 강점기에 벌어진 운동입니다. 활동 지침 중 하나가 '(일본산이 아닌) 한국산을 애용하자'였는데요. 우리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일종의 '신토불이 운동'이었죠. 구체적으로 "식염·설탕·과일·청량음료 등을 제외하고 전부 조선물산(국산)을 사용하고 일용품 역시 조선인(국산) 제품을 사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물산장려운동은 예상보다 조직적이었습니다. 전국 단위 조직체가 서울에서 결성된 뒤 강연회를 열거나 전단을 뿌려 각 지방에서도 분회가 결성될 정도였죠. 지방 소읍에까지 이 운동이 번질 만큼 일제 치하 ‘조선인’들은 열렬하게 호응했습니다.
물론 일본은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조선총독부는 물산장려운동을 '항일·독립 운동'으로 간주하고 탄압했으며 이후 물산장려운동의 기운은 잦아들었습니다.
우리는 이 운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단순히 '경제적인 또는 물리적인 관점'에서는 당시 우리나라를 지배한 일본에 큰 타격을 줬다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나 물산장려운동은 한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고 '경제적인 자립을 해야 한다'는 민족적인 자각이 싹 트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 조상의 가슴에 '조국을 되찾아야 한다'는 염원을 품게 한 것이죠. 이것은 어떠한 경제적, 또는 물리적인 타격보다 일본을 압박하는 수단이 됐습니다.
◇'그때 그시절'에도 日총리 망언…'국산 기업' 소중함도 일깨워
다른 사례를 볼까요. 1965년 한일협정 비준에 반발한 대학생들이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일본 제품 '화형식'을 열 만큼 격렬한 움직임을 보였죠.
1974년엔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의 망언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납니다. 다나카 전 총리는 군국시절 일본의 한반도 통치를 치켜세웠고 격분한 여성단체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됐지요. 이후에도 교육·학계·종교 등 각 분야에서 "일본산 제품 사지 말자"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국력은 일본과 '격차'가 뚜렷했습니다. 이 때문에 '물리적인 또는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일본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국산 제품의 소중함을 깨달은 소비자들은 한국 기업으로 눈을 돌려 지갑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기업에 버금가는 한국 기업이 탄생한 배경 중 하나가 한국인의 적극적인 소비였습니다. "우리도 일본 기업인 소니나 도요타 못지않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는 바람은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현실이 된 셈입니다.
"지난 25년간 한국 소비자의 일본산 불매운동은 모두 불발의 역사다."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每日)신문 사와다 가쓰미 외신부장은 지난달 8일자 칼럼에서 이같이 썼습니다. 지난 25년간 Δ한국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선언 Δ일본 역사교과서 논란 Δ시마네현의 다케시마 날 조례 제정 Δ아베 정부의 다케시마 날 행사 등으로 불매운동이 촉발됐습니다.
사와다 부장이 '불발됐다'고 표현할 만큼 눈에 띄는 경제적인 타격을 일본에 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동안의 불매운동 바람이 누적돼 올해 전례 없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매운동 1순위에 오른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매출은 40%가량 급감했고 식품·여행·자동차 등으로 여파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와다 부장도 불매운동이 이 정도까지 확산할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본격적인 탈일본'…그런데 '불발의 역사'라고?
이보다 더 주목할 게 있습니다. 한국이 '탈일본'을 본격화한 것입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소재·부품 등의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매년 국내 산업의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앞으로 5년 안에 100개 핵심품목은 일본 의존도를 없앤다는 계획입니다.
불매운동이 "일본 의존도를 줄이자"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고 결국 '탈일본 움직임'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일종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된 셈입니다. 이것을 과연 '불발의 역사'라고, '불매운동 해봤자 소용없다'고 평가 절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불매운동 역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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