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첨탑 대신 곡선 지붕… 해외서도 인정한 실험적 교회

      2019.10.27 17:13   수정 : 2019.10.27 18:24기사원문
"사람들이 봤을 때 '종교건물 같다'고 느낀다면 성공이죠"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인종합건축사무소에서 만난 최동규 서인건축 대표에게 '교회건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한국 교회 건축의 권위자로 지난 40년간 100곳 이상의 교회 건축을 맡아온 최 대표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소박했다. 그러나 '건축에서 사람을 본질로 삼는다'는 서인건축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한마디였다.



서인건축은 1978년 8월에 설립됐다. 교회, 병원, 주택, 사무실, 학교 등 여러 분야의 건축설계를 했다.

최 대표는 "교회건축만을 고집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교회건축에 대한 깊은 애정이 오가는 대화속에서 드러났다. 가장 마음이 가는 교회건축물을 꼽아달라 하자 "첫사랑은 소망교회"라면서 이어 예수소망교회, 모세골성서연구소, 더사랑교회, 만리현교회 등을 줄줄이 꼽았다.

■새문안교회로 '2019 AMP' 수상

최 대표는 국내에서는 교회건축 설계의 권위자로 꼽힌다.
2011년 건축의 날 대통령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예총예술문화상 등 수상실적도 화려하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인정 받았다.

이은석 경희대 건축과 교수와 공동 설계한 '새문안교회' 프로젝트로 이달 14일(현지시간)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2019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AMP)'에서 건축설계부문 문화건축상을 수상한 것.

198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정된 AMP은 전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축프로젝트에 주어지는 권위적인 상이다. 올해 AMP에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조경분야에 68개국으로부터 1000 개 이상의 후보작들이 출품해 수상작이 선정됐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들어선 새문안교회는 최 대표와 이은석 경희대 건축과 교수와 공동 설계한 프로젝트로 CJ건설에서 시공해 올해 3월 완공했다. '한국의 어머니 교회'라는 역사성을 반영해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았다.

최 대표는 "건물은 목적에 걸맞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새문안교회 같은 경우 어머니 교회라는 이미지에 맞게 사람들이 오는 걸 영접하는 모습, 두 팔을 벌린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첨탑과 뾰족 솟은 십자가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한국교회 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곡선 벽면에 십자가 문양은 전면 유리창에 띄워놓았다.

■해외진출 도약 발판

서인건축의 본질은 '사람'이다. 최 대표는 세계적인 거장이자 현대건축의 아버지인 핀란드 건축가 알바 알토로부터 10여년간 사사받으며 현대건축의 전향을 여러각도에서 모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알바 알토 유기적 건축과 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건축에 대한 개념 정립의 바탕이 됐고 오늘날 서인건축의 정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같은 철학은 최 대표의 아들인 최유철 서인건축 본부장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국내외에서 경력을 쌓아오다 2010년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인건축에 첫 발을 들였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의 두 사람은 건축철학와 사업운영 방향에서도 비슷한 듯 차별화된 목소리를 냈다.

최 대표가 "국내 건축현실이 척박하다"고 지적하자 최 본부장은 해외진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본부장은 "대표님 말씀처럼 국내 건축 퀄리티는 좋아졌지만 건축가의 생활은 나빠졌다"며 "설계비가 30년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믿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내에서 해외 건축가들이 프로젝트를 하듯이 우리도 해외 작품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새문안교회 수상이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각국 인재들이 서인종합건축사무소에서 인턴을 거쳐갔다. 최 본부장은 "이번 AMP 수상을 계기로 해외 취재요청도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다음 목표는 저희 설계 디자인으로 유럽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라며 "천재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배출한 스페인처럼 건축가를 브랜드홍보 이미지에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하지 않을까"하고 기대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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