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캄퍼씨 '문근영 독도티' 판매 전인데 온라인엔 '카피캣' 천지

뉴스1       2019.11.27 07:00   수정 : 2019.11.27 09:35기사원문

왼쪽 사진은 '캄퍼씨' 후드티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을 받는 제품(해당 사이트 캡처). 오른쪽은 '캄퍼씨' 독도 후드티를 입은 문근영씨 모습(문씨 인스타그램) . '캄퍼씨' 송승렬 대표에 따르면 카피 의혹 상품 판매 업체는 'DO YOU KNOW'라는 문구를 사각박스 안으로 넣는 등 티셔츠 디자인을 자신의 문제제기 후 다소 수정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오른쪽 사진 '독도 후드티'처럼 문구가 박스 바로 밑에 있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송승렬 캄퍼씨 대표가 20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인플루언서 독도원정대가 지난 10월25일 '독도의 날' 에 '캄퍼씨' 독도 후드티를 입고 독도를 방문한 모습(송승렬 디자이너 제공)© 뉴스1


송승렬씨 '독도후드티' 디자인 도안 저작권 등록증(송 대표 제공) © 뉴스1


[편집자주]"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내가 만든 '독도 후도티'와 완전히 똑같네…"

1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캄퍼씨' 송승렬 대표(39)는 지난 9월 어느 날 '제보'를 받았다. 자신이 만든 '독도 후드티' 디자인과 유사한 제품이 다수의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독도 후드티'는 배우 문근영씨가 입어 일명 '문근영 독도티'로 불리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제품이다.

후드티에는 독도 지도와 사각 박스, 'DO YOU KNOW'(너는 알고 있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독도가 동해에 있는 한국땅임을 강조하고자 영문자 'EAST SEA'(동해)라는 단어도 새겼다. '캄퍼씨' 제품을 '카피했다'는 의혹을 받는 맨투맨·후드티에서도 발견되는 요소들이다.

◇"'독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만들었는데…카피상품 '수익' 판매"

"제가 디자인한 '독도 후드티' 카피 상품이 판매된다는 제보를 페친(페이스북 친구)에게 받고 참 난감했습니다. 판매자분이 '문근영 후드티' 해시태그(특정 단어 관련 글을 모아 분류해 주는 SNS 기호)까지 붙여 온라인에서 카피 상품을 팔고 있더군요."

지난 20일 성동구 둘레7길에 있는 '캄퍼씨' 작업실에서 만난 송 대표의 말이다. 올해로 13년 차 디자이너인 송 대표는 "무엇보다 당혹스러웠던 것은 독도 후드티와 유사한 제품을 단지 수익 목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는 '독도를 알리는 공익적인 목적'에서 후드티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대표가 독도 후드티 디자인의 도안을 완성한 것은 지난 7월이다. 제품 공표연월은 지난 8월22일이다. 해당 디자인 도안이 온라인 등에 공개된 것이 지난 8월22일이라는 의미다. 지난 14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독도 후드티 디자인 도안에 대한 저작권 등록증을 송 대표에게 수여했다. 송 대표의 저작물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송 대표는 애초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독도 후드티를 제작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도후드티 제작 의도를 올리자 화제가 됐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 PD가 송 대표에게 연락해 독도 캠페인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더 많은 참여자에게 후원 받고, 독도 알리기 활동에 후원금을 쓰는 '크라우드 펀딩'을 하자는 것이었다.

지난달 펀딩 12일만에 후원금 약 5898만원이 모일 정도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후원금은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가 모집한 다국적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 인사) 독도원정대에 독도 후드티를 무상으로 증정·협찬하는데 쓰였다. 독도원정대는 지난 10월25일 '독도의 날'에 독도를 방문해 '우리나라 땅'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했다.

이런 가운데 카피 의혹 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송 대표가 분개한 이유는 카피 의혹 상품이 원제품의 '공익적' 기획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원금 10만원 이상 낸 분도 있는데 카피 의혹 상품이 3만원대에 팔리고 있습니다. 후원하신 분들이 '내가 후원한 제품이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특히 (카피 의혹 상품) 판매자분이 '문근영 독도 후드티' 해시태그를 달아 파는 것을 보고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는 저의 문제 제기로 판매자 분이 해시태그는 삭제했습니다."

◇"원만하게 해결" vs "대응 방안 고민 중"

포털사이트에 '독도 후드티'를 검색하면 송 대표가 언급한 '카피 의혹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몰을 통해 해당 상품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다. 송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 등을 통해서만 '독도 후드티'를 후원자들에게 제공했을 뿐 아직 본격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원작자는 판매 시작도 안한 상황에서 카피 상품이 먼저 판매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송 대표는 되물었다.

카피 의혹 상품을 파는 업체 A사 측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송 대표와 원만하게 합의했다"고 <뉴스1>에 해명했다. 제품 디자인을 변경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어느 부분을 수정했느냐'는 질문에 A사 측은 "사진을 확대해 보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송 대표에 따르면 A사는 'DO YOU KNOW'라는 문구를 사각박스 안으로 넣는 등 티셔츠 디자인을 자신의 문제제기 후 다소 수정했다고 한다. 기존에는 '송 대표의 독도 후드티'처럼 문구가 박스 바로 밑에 있었다. A사는 또 '문근영씨가 입은 디자인(독도 후드티)과 다른 제품입니다'라는 문구를 제품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표시했다.

송 대표는 "업체측 주장과 달리 원만하게 합의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부 디자인을 수정해도 '유사성'이 인정되고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제품을 제작했다면 카피 상품은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소규모 업체일수록 카피상품 경제적 손실 더 커"

업계에서는 대중의 주목도가 높은 대기업 카피 분쟁과 달리 중소업체·1인 디자이너 업체 간 디자인 도용은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 사실상 '법 무풍지대'에 놓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송 대표는 영세 패션 업체나 1인 디자이너 업체일수록 카피 상품 대응이 쉽지 않다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송 대표는 "카피 상품은 디자인만 베끼는 게 아니다"며 "원작자가 제품 홍보를 위해 땀을 흘리며 발품 판 노력까지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인 디자이너 업체 등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카피 상품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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