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없는 나라' 북한의 세금 고민

파이낸셜뉴스       2020.01.21 16:44   수정 : 2020.01.21 16:44기사원문

북한은 1974년 4월 1일자로 세금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선언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세금 없는 시대"를 열었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세금 없는 나라"가 됐다고 대대적으로 선전을 했다.

북한은 실제로 '세금 없는 나라'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1974년 당시 개인에 대한 세금을 실제로 폐지했다는 측면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경리수입이라는 다른 형태의 세금제도가 유지돼 왔고, 현재 개인이 부담하는 국가납부금도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틀린 말이다.

사실상 계획경제시스템이 붕괴되고 시장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김정일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경제개혁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예산수입제도에도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사회주의 원칙이나 체제유지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추진됐다. 결과적으로 시행착오 과정이 반복됐고, 북한의 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예산수입법'은 2005년에 처음 제정된 이후 2011년까지 빈번하게 개정됐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시장가격 적용을 확대하는 상당히 파격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예산수입제도에도 새로운 조치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예산수입법'은 2011년 개정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노동신문은 1974년 이후 매년 '세금 없는 나라'에 대한 홍보기사를 꾸준히 게재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이 시작된 2000년대 이후 이런 기사는 현격하게 감소했다. 자본주의 조세제도에 대한 비판 기사는 간혹 있었지만, 세금폐지에 대한 직접적인 홍보는 2014년 "세금 없는 나라 조선"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세금 없는 나라'를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 없는 나라' 북한의 세금 고민이 깊어 보인다.

시장거래가 점차 확대되고 경제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계획에 기초한 기존의 사회주의적 조세체계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시장화의 확대는 계획으로 통제되지 않고, 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거래의 확대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 변화는 회계, 금융 등을 포함하는 조세인프라와 조세행정 발전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사회주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시장경제형 조세제도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북한의 고민은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북한에서 세금제도 폐지는 김일성의 유훈일 수 있고, 사회주의 체제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북한이 세금 '없는'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세금 '있는' 나라로 전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과거 중국이나 베트남이 세제개혁을 단행했던 것처럼 북한도 결국은 그 필요성에 직면할 것이다. 북·미 관계 진전이 순조롭지 못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시장화가 확대되는 한 조세인프라 확충과 함께 시장경제형 조세제도 도입은 불가피할 것이다.

최정욱 삼정회계법인 부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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