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 공소장 공개 안한 秋… 실정법 위반 소지 논란

파이낸셜뉴스       2020.02.05 18:04   수정 : 2020.02.05 20:46기사원문
국회 요청에 요지만 담아 제출
"전문 공개는 잘못된 관행" 입장
 盧정부 사법개혁 스스로 깬 셈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도
"국민 알 권리 무시" 비판 가세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법조계.정계는 물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까지 "국민 알 권리를 무시한 행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선거개입 의혹에 휩싸인 청와대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상황을 21차례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법무부는 훈령을 근거로 공소장 전문 공개가 '잘못된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국회법 등을 근거로 실정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 "수사기밀도 보고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에 2017년 10월께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 수집한 김 전 시장에 대한 비위 첩보가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통해 윗선에 보고됐고,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이 경찰에 하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이 박 전 비서관에게 김 전 시장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가 진행되도록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첩보서를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본인이나 민정비서관실이 직접 하달할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청와대는 6·13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2월 8일부터 5월 28일까지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상황을 선거 전 18회, 선거 후 3회 등 총 21회에 걸쳐 보고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 등 13명에 대한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의 공소장 제공 요청에 엿새째 침묵하다 공소 요지만 담아 제출한 것이다.

법무부는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번 사건부터 공소사실 전문 대신 요지를 제출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제출된 자료가 곧바로 언론에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한가"

그간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공소장 제출을 거부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 공소제기 이후 국회가 요청한 공소장을 법무부가 비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국민의 알권리 침해를 넘어 실정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4조는 '국가기관은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국회법 제128조는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자료 제출을 정부,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이를 위반하더라도 처벌규정은 없다.

법무부가 행정기관 내 효력을 지닐 뿐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자체 훈령을 근거로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은 국회와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게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대법원 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훈령은 국회의 요청에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법 집행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이를 어긴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진보성향의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기존 관례에도 어긋나고 알 권리를 제약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 없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자유한국당은 대검찰청에 관련 공소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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