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건 현금뿐" 큰손들 안전자산 금·미술품도 내다 판다

파이낸셜뉴스       2020.03.17 18:19   수정 : 2020.03.18 09:13기사원문
금값 고점찍고 한주간 9% 급락
슈퍼리치 '타이거21' 현금 확대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12%로
예술계도 투자상품 갈아타기 한창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현금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과 달리 금이나 고가 예술작품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란 우려 탓에 안전자산마저 팔아치워 현금을 챙겨두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다.

■백금값 17년만에 최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금값은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백금 가격도 고점 대비 4분의 1 이상 폭락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증시가 13%가까이 폭락하면서 블랙먼데이로 기록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ME)의 금값은 온스(31.1g)당 1466달러로 떨어졌다. 이날 금값은 이달 9일 온스당 1703달러의 고점 보다 무려 237달러나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초반의 가격대와 같다. 금값은 지난 한 주동안 무려 9%나 급락하였다. 이날 백금값도 폭락해 17년만에 최저가였다.

씨티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금값 하락은 금이 현금으로 바꾸기 가장 쉬운 자산이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상황이 패닉에 처하면 가장 빨리 처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 폭락으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시장의 마진콜(투자 포지션의 손실이 확대돼 계좌의 잔액 이하로 감소할 경우 강제로 청산하는 조치)과 시세차액활동이 금과 백금 투매를 일으켜 금값을 끌어내렸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크레디트 스위스의 트레이더였던 금 시장의 베테랑 전문가인 로스 노먼은 현재 금시장을 "무엇이든 다 팔아버리는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금값과 백금값의 급속한 하락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금과 백금의 투매현상은 지속되지 않았고 금값은 지난 2008년 10월 최저치를 찍은 후 저점 대비 45% 회복됐다"면서 "반대로 S&P 500은 지난 2009년 3월까지 바닥을 치지 않았고 그 사이에 30%나 폭락했다"며 금의 안전성을 설명했다.



■슈퍼리치 현금보유 늘려

슈퍼리치 투자자들의 모임인 '타이거21'의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 현금비중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거21은 전세계 750명 이상의 회원에 총 자산은 750억달러(약 93조원)가 넘는다. 최근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12%로 늘렸다. 타이거 21 창립자 마이클 소넨펠트는 "슈퍼리치들은 '게임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미술계 큰손들도 미술품을 팔거나 예술 금융을 신청하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뉴욕의 한 고객이 글로벌 미술품 투자 및 융자 기업인 파인아트그룹에 1000만달러 상당의 장 미쉘 바스키아 작품을 팔아달라고 의뢰했다. 런던 옥션에서 1500만파운드 규모의 작품을 샀던 이 고객이 일부 작품의 대금 기일이 다가오자 이를 예술 대출로 해결할 수 있도록 파인아트그룹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파인아트그룹에 따르면 미 증시가 1987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날 한 런던의 주요 미술관도 대출금을 요청했다. 예술 금융은 가치평가가 반드시 주식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도 예술 금융을 얻을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의 한 고객은 3000만 달러 가치의 희귀 다이아먼드를 내놓고 대출을 요청했다. 예술계 큰손들은 기회를 틈타 미술품에서 다른 상품으로 투자 갈아타기를 하기 위해 이처럼 현금을 모으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인아트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올해 1·4분기에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면서도 "최근 2주간은 문의가 2배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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