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있던 사람' 신상털기 주의보.."신상박제 계정까지"

파이낸셜뉴스       2020.03.26 06:00   수정 : 2020.03.26 09:10기사원문
-이름·전화번호·사진 등 제보받아 공개했지만 "사실 아닌 내용 대부분" 계정 없어지기도
-사건 공론화 위한 게시글도 '얼굴 사진 털기' 조심하라는 내용 잇따라
-"안정적인 삶 보장받지 못할수 있다는 불안감…명예훼손 등 우려"



[파이낸셜뉴스]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용의자 및 가입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260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청와대의 답변을 받은 가운데 일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신상박제' 계정이 생겨나 논란이 되고 있다.

■불특정 신상정보 SNS서 퍼져

26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따르면 최근 'n번방 신상 박제' 관련 계정들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해당 계정은 운영자가 n번방에 있던 남성들로 추정되는 인물을 제보받아 이름과 사진, 직업과 SNS 계정 등을 공개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현재 대부분 계정들은 사라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남성들의 신고를 많이 받아 없어졌다"고 알려진 계정도 있지만 자진해서 글을 지운 운영자도 있다. 관련 계정을 운영하던 한 이용자는 "n번방에 들어갔던 사람들의 신상 정보를 제보받아 공유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대다수의 정보가 나중에서야 가짜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한 SNS에서 남성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상이 올라오면 다른 SNS로 퍼지는건 순식간이다. 'n번방 범죄자'라고 올라온 한 남성의 전화번호가 본인의 것이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은 "그만 전화해달라"며 SNS에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 등 신상정보가 드러난 한 남성은 "텔레그램을 사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디를 도용당한 것 같아 경찰청에 신고접수를 했다"며 해명글을 올리기도 했다.



n번방 사건 공론화를 위한 SNS 해시태그 운동 관련글 역시 신상털기를 주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N번방가입자_전원처벌' 등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 글의 계정을 타고 들어가 사진 캡쳐 후 '얼굴 사진 터는' SNS방이 만들어졌다는 소문 때문이다.

직장인 이모씨(27)는 "해시태그를 통해 n번방 사건에 대해 더 알리려했지만 일부 남성들이 얼굴사진을 캡쳐한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비공개로 돌렸다"고 말했다.

■"직접 분노 표출된 형태…불확실한 정보 주의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n번방 가입자 신상털기 계정들이 26만명에 대한 분노가 직접적으로 표출된 형태라고 전했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가해자 특정이 힘들수도 있고, 26만명 전부에 대한 신상공개 등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걸 많은 여성들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계정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지 못하고 누가 범죄자인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신상털기가 계속될 경우 명예훼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를 맡고 있는 서혜진 변호사는 "실제로 n번방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유포 등에 가담한 인물처럼 신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하면 처벌과 별개로 글을 올린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론화 운동 게시글 작성자에 대한 '얼굴 사진 털기'에 대해서도 "단톡방에서 그런 얘기가 오갔다고 하면 명예훼손이나 모욕, 민사 손해배상 청구 등이 가능하다"며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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