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등교 고3들 "늦었지만 다행" vs "감염병 위험 여전"
뉴스1
2020.05.19 06:08
수정 : 2020.05.19 10:50기사원문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혹시 이번에도 연기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각자 자리도 알려주고, 학교 오는 버스 시간표도 보내주시더라고요. 확 실감이 나는 거예요. 내가 학교에 가는구나!"
강원 원주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조민식군(18)은 등교를 코앞에 둔 떨리는 심정을 털어놨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수시 전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는 이제라도 학교에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국 고3들이 하루 뒤인 20일 등교 개학에 돌입한다. 교육부의 순차적인 등교 개학 방침에 따라 79일 만에 대면수업을 재개하게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을 만큼 학사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라 고3 등교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온도차가 느껴진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세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누그러지긴 했지만, 여전히 위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게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배재민군(18)은 빠듯한 학사 일정을 고려하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오는 20일 등교 개학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더 미뤄지면 정말 1학기가 통으로 없어지는 거고 수시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며 "대입 일정과 관련한 변수가 생기는 것 자체가 수험생 입장에서는 혼란이 커지는 것이니까 최대한 방역 지침을 잘 지키면서 등교 수업을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3들은 등교 직후부터 숨 쉴틈 없는 학사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등교 이튿날인 오는 21일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시작으로 학교별 중간고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 인천시교육청주관 학평, 학교별 기말고사까지 중요한 5개 시험을 두 달 안에 연달아 치를 예정이다.
여기에 내신을 준비하는 학생은 틈틈이 수행평가와 대회 출전, 봉사활동 등 비교과 활동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박백범 교육부차관이 지난 17일 등교 개학 일정을 발표하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고3 등 상황을 고려해서 등교를 결정했다"고 밝힐 만큼 대입이 등교 개학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입보다 안전을 먼저 고려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정혜경양(18)은 "고3은 입시가 코앞이니까 등교하는게 맞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 같은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공부가 건강보다 중요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은 물었으면서 학생들에게는 한마디도 듣지 않고 등교를 결정한 게 조금은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해야 하는데 확진자와 같은 버스를 타서 코로나19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분명히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폐쇄되는 곳이 있을 텐데 이에 따른 비난을 개인이 어떻게 감수할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김동연군(18)은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등교를 결정했으니 이에 따라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성급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학교에 다시 가게 된 걸 두고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선생님과 처음으로 얼굴을 보고 인사하고 궁금한 부분도 직접 여쭐 수 있다는 건 다행이지만 이태원 클럽 사태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코로나19가 고3의 사회적 위치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 같아서 서글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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