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 "'당신을 위한 기도'로 코로나19 극복 기원"
파이낸셜뉴스
2020.05.21 17:19
수정 : 2020.05.21 17:41기사원문
당초 용재 오닐은 같은 날 하피스트 엠마누엘 세송과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등 그가 사랑하는 연주자들과 프랑스 작곡가의 실내악 작품으로 구성한 리사이틀 공연 '프렌치 뮤직 나이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 2월 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함께 하기로 한 연주자들의 국내 입국이 어려워졌다. 공연 날짜는 확정됐는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 된 것이다.
21일 공연을 앞두고 용재 오닐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심정과 소회를 들어봤다.
-최근 1년 새 어떻게 지냈는지. 가장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올 해 가장 믿을 수 없었던 일은 어머니가 수술을 마치신 것입니다. 공격성 유방암과 싸우고 계셨거든요. 아직 마취가 채 깨지 않은 어머니를 보면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그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반대로 최악의 순간은 어머지가 암에 걸리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죠.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이후로 가장 힘들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제어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특히 건강 관련해서는, 다루기가 가장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코로나19로 제 삶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19사태의 초기였던 3월 초중순부터 저는 두 달간 공연을 위해 뉴욕에 머물렀는데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와의 공연을 온라인으로 한 번 하고는 그 다음에 모든 것이 취소됐습니다. 그 주말에는 에네스 콰르텟과 함께 베토벤 사이클을 연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역시 취소되었죠. 대부분의 기관들로부터 모든 것이 취소되었다는 전화를 계속 받았어요. 저의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극적인 공백이었죠. 저는 보통 LA에서 지내는데,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어머니를 만나러 가지도 못했습니다. 두 달간 공연도 없고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외식도 하지 않으며 뉴스만 지켜 보는 것은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 양인모,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갑작스레 공연을 함께 하게 됐다. 서로의 호흡은 어떤가.
▲ 양인모는 오늘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저 같은 올드맨이랑 같이 연주해 주다니 럭키하죠. 인모는 깊은 감성이 있고 기량이 뛰어나며 진실한 연주자입니다. 몇 년 전에 그에게 디토에 함께하겠냐고 물었는데 거절당했었죠. 사실 그가 노(no) 라고 말한 것에 기쁘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인모가 유명한 음악가가 되기보다는 스스로의 공부에 집중해서 더 좋은 음악가가 되기를 원한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만나온 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유명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예술가란 음악 그 자체가 되어서 관객을 함께 데려가는 존재입니다. 어쨌든 저는 인모가 전 세계적으로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그의 파가니니 음반은 정말 뛰어나죠. 그리고 일리야는 작년 디토 페스티발에서 만난 친구인데요. 그가 정말 쉽고 아름답게 앙상블과 함께 작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디퍼런트 디토'와 다니엘 정의 리사이틀 모두에서요. 대단한 연주자입니다.
- 공연 프로그램 구성이 바뀌면서 지난 15년 동안 선보였던 곡들을 모아 선보이게 됐다. 프로그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그 이유는
▲저는 관객들에게 한 가지 곡이나 프로그램에 특히 집중하라고는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존재하고, 프로그램의 모든 부분은 그 나름대로의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 중에서 한 명을 고를 수 없듯이요. 이번 프로그램은 제가 지금까지 한 공연중 가장 좋아했던 '눈물(Lachrymae)' 과 '겨울나그네(Winter Journey)' 프로그램을 합친 구성입니다. 눈물은 저의 국내 초기 레코딩 중 하나로, 제가 가족들 특히 할머니와 그 분이 돌아가시면서 느낀 많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겨울나그네도 초기 레코딩인데요. 멜로디와 음가의 천재인 슈베르트의 세상에 저를 데려가 준 프로젝트입니다. 슈베르트의 세상을 통해 지금의 저라는 음악가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번 공연 외 개인적인 근황을 묻겠다. 올해 새롭게 합류한 타카치 콰르텟 멤버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타카치 콰르텟의 멤버로서 활동하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팀 멤버 합류로 장단점이 있다면.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타카치 콰르텟 멤버들과 같이 모여 작업할 수 있는 날이 없었습니다. 한국 공연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격리를 끝내면 LA에서 콜로라도로 건너가 6월 동안은 리허설을 하며 보내려 합니다. 실내악은 협업과 팀워크, 협조가 굉장히 중요하고 제 인생에서 꿈꾼 이상향이 타카치 콰르텟 멤버들 안에 있습니다. 시대를 통틀어 훌륭한 콰르텟인 타카치의 전통에 제가 부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혹시 아직 안 들어 보셨다면 데카에서 나온 바르톡과 베토벤 사이클 음반이 훌륭합니다.
- 이번 공연은 특별히 코로나 극복 콘서트로 진행된다.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장 내에서도 띄어앉기가 진행되면서 예전보다 많은 관객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에 계신 친구들과 팬 여러분,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계시길 바랍니다. 건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므로 여러분도 가장 먼저 여러분의 건강을 챙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저의 문제나 격리의 문제로 공연이 직전에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저는 슬프지 않았을 거예요. 관객분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공연을 의미있게 만들어가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이 시기에 음악을 찾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