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위기 브라질, 외국인 자금 이탈 사상최대

파이낸셜뉴스       2020.06.03 08:32   수정 : 2020.06.03 08: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브라질 대통령 탄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브라질 시장 탈출 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했다.

경제성장 실종, 금리인하,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세, 정치적 혼란, 개혁실종 등 시장이 싫어나는 조건들을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탓에 갈 곳 없는 브라질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이들의 주식, 채권 매입은 외국인 유출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폭락장이 멈춘 뒤 신흥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지만 브라질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폭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브라질 주식, 채권 시장에서 사상최대 규모로 자금을 빼고 있다.

2~5월 넉달간 브라질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18억달러, 2~4월 석달간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87억달러를 기록했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브라질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지도를 이탈'할 정도의 사상최대 규모라면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유출 규모의 2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브라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코로나19에 따른 해외 달러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달러 스와프를 체결한 몇 안되는 신흥국 가운데 하나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는데는 실패했다.

워싱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모니카 드 볼레 선임 연구위원은 사상최대 규모의 자금이탈은 "브라질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하게는 (자이르) 보우소나루(브라질 대통령)의 경제, 정치, 각 기관 중재자로서의 역할과 보건 위기에 따른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IF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밝혔던 재정 건전성 재확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란 의심으로 지난해 브라질 주식시장에서 조금씩 돈을 빼왔지만 지난 3월 이후에는 자금 이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신흥국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정반대이다. IIF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돈 될 만한 것은 모두 팔아치우면서 주식시장이 붕괴되던 3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830억달러를 회수했지만 이후 다시 신흥국 투자에 나서 4월과 5월에는 230억달러가 유입됐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자신이 정치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다. 특히 그는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에도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 수도 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각성을 계속 부인하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보건장관 2명을 갈아치웠고, 브라질 각료 가운데 인기가 높았던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월권을 비판하며 사표를 던지면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발하면서 탄핵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보우소나루는 탄핵 최종심판 권한을 갖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연일 공격해 헌정위기 우려를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의 경제, 코로나19 확산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주간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7%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브라질 보건관리들에 따르면 코로나19 1차 파고는 아직 정점에도 이르지 못했다. 7~9월 사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브라질 보건부는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이 앞으로 급격히 늘 것임을 예고한다.

골드만삭스의 중남미 담당 이코노미스트 알베르토 라모스는 올해 브라질 재정적자가 GDP 대비 19%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브라질의 금리인하는 투자자들이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금리가 낮은 곳에서 자금을 빌려 높은 금리를 예상해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마저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2016년 후반 14% 수준이던 브라질 기준금리는 이달 금리인하로 3%까지 낮아졌다.


런던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신흥시장 채권포트폴리오 매니저 폴 그리어는 브라질이 "코로나19와 혼란한 정치에 더해 거시 상황은 추악하고, 성장은 없으며, 캐리트레이드도 없고, 재정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UBS 상파울루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니 볼폰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사상최대 자금 이탈은 브라질 국내 투자자들로 메워지고 있다. 브라질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탓에 갈 곳 없는 자금이 외국인들의 주식·채권 매도물량을 받아내고 있다고 볼폰은 설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