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 혼자서는 성공 못한다
파이낸셜뉴스
2020.06.09 17:04
수정 : 2020.06.09 17:04기사원문
초등학생 조카가 어느 날 "고모, 하트 좀 보내줘" 한다. 뭐? 뭘 보내라고? 바로 옆에 앉아서 보내긴 뭘 보내래? "고모 하트 몰라? 하트 없어?" 그러더니 돌연 펑펑 울기 시작한다. 한참 애를 먹으며 조카를 달랜 뒤 카카오톡을 내려받고, 게임 앱 하나를 더 내려받아 더듬더듬 하트를 보내줬다. 그때가 아마 카카오톡 출시 후 2년 남짓 됐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카카오톡 앱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활성화하는 게 손에 익게 됐다. 하트 보내느라.
이쁜 조카의 눈에서 눈물을 뺐던 그 게임. '애니팡'이다. 조카에게 하트를 보내주기 위해 카카오톡도 내려받았다. 카카오라는 회사가 창립 5년 만에 첫 월간 흑자를 기록했을 때 출입기자들은 일제히 "애니팡 덕분"이라고 꼬리표를 달아 기사를 썼었다. 국내 첫 성공 소셜게임이고,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로 굳건히 자리잡도록 한 그 게임이다.
지난 3일 카카오톡에 연동되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Klip)'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서비스 위에 가상자산이라는 개념을 올려놨으니, 블록체인·가상자산 좀 안다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상자산판' 국민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겠다는 남다른 기대감이 있다.
그런데…. 그 클립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고 싶은 게 없다.
클립이 서비스 날짜를 미뤄 가면서 준비를 했음에도 정작 다양한 서비스들과 나란히 시장에 나오지 못한 뒷면에 서비스를 기다리고만 있는 클립 개발사의 자만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괜한 조바심이 든다. 그럴 리 없겠지만, 클립이 서비스 협력사들과 정확하고 친절하게 투명한 소통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애가 탄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발보다 애니팡 발굴, 투자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클립도 그것을 해줬으면 좋겠다.
cafe9@fnnews.com 블록체인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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