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물품 판매, 오픈마켓 책임 '인정'··· 카카오스토리는?

파이낸셜뉴스       2020.06.13 14:30   수정 : 2020.06.13 14:29기사원문
공정위, 민원 다발 핌** 업체명 공개
경찰, 업체 사기혐의 입건 집중수사
쿠팡 1억 배상 판결, 카카오 책임은?

[파이낸셜뉴스] 오픈마켓에 등록된 업자가 저작권 등 법적 문제가 있는 물건을 판매했다면 오픈마켓에도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충분한 검증 없이 쇼핑채널을 열어 소비자피해를 야기한 업체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예고된 민원다발 업체 카카오는 책임 無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한 업체가 운영하는 쇼핑몰이 민원다발로 업체명을 공개하는 공시, 즉 '공개처분'을 받았다.

이 업체는 지난 2월부터 에어팟, 쌀10kg, 샤오미 미밴드 등을 시중가보다 크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공지하고 소비자들이 금액을 입금하면 이를 보내지 않은 혐의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판매자 월 승인한도 제한으로 신용카드, 휴대폰결제는 진행할 수 없다며 무통장 거래를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환불도 하지 않았다’, ‘카카오톡 상담도 확인 후 답장을 하지 않고 전화연결도 거의 되지 않는다’는 등의 민원도 함께 공개했다. 공정위엔 관련 민원 수백 건이 쏟아져 행정처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에 피해를 본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수백명에 이른다. 피해자 대부분이 2만원~10여 만 원의 소액피해를 입었고, 피해가 발생하고 한참 뒤에야 사기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피해가 더욱 클 가능성도 있다. <본지 6월 6일. ‘계획된 먹튀?...수천명 피해 발생에도 수사는 '지지부진'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이렇게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건 해당 업체가 카카오와 네이버 등에서 다양한 광고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특히 업체 대표가 이전에도 다른 업체를 통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었다는 점에서 카카오 측이 사전에 이를 파악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카오스토리 채널에서 미밴드4를 구입했다는 피해자 A씨는 “(업체 임원들이)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 전에도 대표나 감사로 등재돼 있다가 부도를 내고 다시 업체를 설립해 감사가 대표되고 이런 식으로 다시 같은 짓을 하는데도 카카오에서 검토를 안 하고 쇼핑채널을 열어준 것”이라며 “피해자들 보면 다들 카카오니까 믿고 샀다고 하는데 책임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하고 분개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는 “카카오스토리 댓글에 ‘사기다’, ‘조심해라’ 같은 댓글이 있었는데 다 지워졌길래 괜찮은 줄 알고 샀는데 문제가 생겼다”며 “업자한테 블라인드 권한을 줘놓고는 막상 피해가 발생하니 채널을 막아버린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토리는 '게시판', 통신판매중개자 '아냐'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염호준 부장판사)가 오픈마켓인 쿠팡에게 디자인권 침해금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재판부는 쿠팡에 등록된 판매업자가 판매한 ‘리빙박스’ 제품이 A씨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며 쿠팡이 A씨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쿠팡은 디자인권이 침해된 제품들을 생산, 양도, 대여, 수입해선 안 되며 이미 구비하고 있는 것들을 폐기해야 한다”며 쿠팡이 통신판매중개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판결에 비추어 볼 때 카카오스토리의 통신판매중개자 지위 인정여부가 향후 발생할 유사사건에서 카카오 측 책임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쏟아지는 고객민원에 문제의 업체는 당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가 아니라며 광고 진행 이후 거래 과정에서 받은 피해사실이 확인되어 즉시 광고 집행 정지 처리했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된 업체의 잘못일 뿐, 카카오측에게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엔 카카오가 전자상거래 전문 플랫폼이 아닌 게시판 형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란 입장이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를 통해 해당 업체를 접한 피해자들이 카카오를 사실상 통신판매중개자와 다를 바 없이 인식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한편 사건은 업체 소재지인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병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논현경찰서 관계자에게 수사상황에 대해 묻자 “돈은 받았는데 물품을 보내주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라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수사관들이 지방까지 다니며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이나 업체 관계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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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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