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페이스북
2020.09.01 18:05
수정 : 2020.09.01 18:36기사원문
상식적으로 처벌받아 마땅한 행위지만, 법 조항을 잘게 쪼개 처벌을 피하는 일부 사람을 향해 던지는 일반인들의 비웃음이기도 하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우리 법원에서 이런 판결을 받은 일이 있다.
"페이스북에 접속했는데 속절없이 모래시계만 돌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거야?" 판결 이후 주변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툭 던져봤다. "욕하지~ 끊고 바로 나오지!" 인터넷 서비스가 그렇다. 서비스 탭을 눌러 기다림 없이 바로 연결되지 않으면 짜증부터 난다. 10초 30초 기다리는 일은 없다. 끊고 나왔다 다시 접속하거나, 아예 안 쓰게 된다. 그래서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은 접속 속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에 거액을 투자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던 중 접속경로를 마음대로 바꿔버렸다. 한국 내 서비스를 위해 통신망 사용료를 투자하는 대신 이용자들의 불편을 선택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랬더니 덜컥 페이스북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이 소송에 1심 법원은 페이스북이 법 조항을 잘게 쪼갠 논리를 받아들여줬다. 속도가 느려졌다고 이용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달 중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2심 판결의 쟁점 역시 이용지연이 이용제한이라고 볼 수 있는가, 페이스북이 고의적으로 이용을 지연시켰는가 하는 점이라고 한다.
법 조항 굳이 따지지 않고 일반적 상식으로만 따져봐도 인터넷 서비스에서 이용지연은 이용제한이다. 나부터도 스마트폰 들고 페이스북 접속하느라 몇 십초를 기다려본 일이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판결을 내리는 판사님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세계적 기술회사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바꾸면서 이용자들이 불편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고의성이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듯싶다.
더구나 페이스북이 접속경로를 변경한 이유가 세계 최고인 한국의 통신망 이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으니 이 점 또한 인정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반인들의 상식선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2심 판결을 기대한다.
cafe9@fnnews.com 블록체인팀장 부국장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